초록

2차대전 종식과 1952년까지의 미군정기를 지나면서 일본 정부는 일본에 거주 중이던 과거 식민지민들의 일본 국적을 말소하고 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난민으로 격하시킨다. 이에 일본에서 활동하던 문인 장혁주는 일본 사회에서의 국민 지위를 잃고, 친일 이력에 의해 재일조선인 사회는 물론 한반도로부터도 배척받는 상황에서 일본에 귀화한다. 본고에서는 장혁주가 귀화 직후 한국전쟁 취재를 위해 남한에 들른 후 남긴 르포 기사 <朝鮮の慟哭>(《婦人俱樂部》 昭和二十八年(1953) 新年号)과 단편소설 「眼」(《文藝》 1953. 10)을 통해 장혁주가 한국전쟁을 형상화하는 논리를 분석했다. <朝鮮の慟哭>을 통해서는 귀화 직후 장혁주가 택한 남한 입국 행위가 가진 장혁주 개인의 의미 및 사회적 입장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취재처인 일본 여성 수용소 소림사, 피란민 수용소, 고아원, 거제도 포로수용소 등을 서술하는 작가의 관점에서 일본과 미국의 의식이 반영된 관전(觀戰)하는 시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자전적 1인칭 소설 「眼」에서는 객관화・일반화할 수 없는 전장의 경험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정동의 포착이 강조되고 있었다. 이는 이데올로기로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는 실제 전장의 모순과 폭력성을 통해 구체화 되었다. 작품에서 포착한 전쟁터의 사람들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자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확인하지도 못한 채 고통당하고, 죽지 않기 위해 이데올로기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희생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전쟁이 주권자-호모 사케르의 억압적 통치 논리의 결과물이며, 이 논리를 내면화한 자들이 주권자의 감시하는 ‘눈’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힘으로써 빚어진 비극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성찰이 결국 안전영토를 찾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귀결됨으로써 자기 동일적 오류에 머물고 마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한국 내부에서는 그려지기 힘든 한국전쟁 자체에 대한 비판의식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큰 의의를 갖는다. 장혁주의 이러한 한국전쟁 형상화 방식에는 장혁주 작가 세계의 의미과 한계가 동시에 담겨있다. 이 관점에 도움받아 신냉전 시대를 사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명한 지향점을 추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키워드

한국전쟁, 장혁주, 「眼」, <朝鮮の慟哭>, 호모 사케르, 주권자

참고문헌(40)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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