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1930년대 한국 현대시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자본주의적 성격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도시(경성)’에 어떻게 응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된다. 특히 김기림, 이상, 오장환 같은 시인들은 자본주의 도시 ‘경성’을 언급하는 다수의 작품을 제작한 대표적인 시인들이었다. 이들 시인들을 중심으로 본고는 경성을 제시하는 진술 방식의 특징과 이러한 형식적 요소가 경성을 어떻게 의미화하는가를 살펴보았다. 김기림은 제한된 공간에 여러 대상들을 병치 열거해서 배치하는 방식으로 경성을 제시한다. 이때 제시되는 대상들은 분절적이며 파편적이다. 이를 시적 자아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진술하는 태도를 보인다. 경성은 제한된 공간에 배치된 대상들의 작용 그 자체로만 제시된다. 이에 대한 시적 자아의 주관적 견해는 유보된다. 더 나아가서 시적 자아마저도 경성에 배치된 대상 중의 하나로 제시된다. 시적 자아와 대상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상 시에서 경성은 시적 자아의 자의식을 나타내기 위한 매개로서 기능한다. 경성은 일정한 구절의 반복 변주를 통해 제시된다. 경성의 면모를 나타내는 대상들의 작용은 비정서적이거나 무의지적이다. 반면에 시적 자아의 자의식은 의지적이고 정서적이다. 이때 대상들의 작용은 시적 자아의 자의식에 종속된다. 이상의 시는 자의식을 나타내기 위한 매개로 육체를, 그리고 육체를 현시하기 위한 도구로 경성에 발현되는 자본주의적인 현상을 말한다. 이는 현실의 문제를 화두로 삼고 제시하던 전대의 시와는 전혀 다른 진술 방식이었다. 그런데 시적 자아의 자의식은 비의적인 속성을 띠게 된다. 왜냐하면 돌출적인 순간의 나타남으로서만 제시되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자의식과 혼재된 육체와, 경성의 속성까지 비의적이게 했다. 오장환의 시는 1930년대 경성의 속성을 확정해서 제시하는 진술 방식을 가진다. 오장환 시는 경성의 자본주의적인 속성을 시적 자아의 주관으로 동일화해서 제시한다. 오장환의 시는 서사적이고 이분법적인 진술구조를 통해 경성의 부정적 속성을 구체화한다. 그런데 오장환의 시는 경성의 부정적 속성 그 자체를 제시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이는 전대의 카프시에 비해 경성의 부정적 속성을 당면한 현실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자명하게 나타내는 효과를 가져온다.

키워드

경성, 자본주의 도시, 시적 자아, 시적 대상, 제시 방식, 진술 구조, 객관적 진술, 주관적 진술, 병치 열거, 반복 변주, 이분법

참고문헌(17)open

  1. [단행본] 김기림 / 1988 / 김기림 전집 1 / 심설당

  2. [단행본] 김기림 / 1988 / 김기림 전집 2 / 심설당

  3. [단행본] 오장환 / 2002 / [단행본] 오장환 전집 / 실천문학사

  4. [단행본] 이상 / 2009 / 정본 이상문학전집 1 / 소명출판

  5. [단행본] 김기호 / 2003 / 서울 남촌: 시간, 장소, 사람 / 서울학연구소

  6. [단행본] 김백영 / 2009 / 지배와 공간 / 문학과지성사

  7. [단행본] 백문임 / 2004 / 모더니티와 시각의 헤게모니 / 시각과 언어

  8. [단행본] 하쓰다 토우로 / 2003 / 백화점: 도시문화의 근대 / 논형

  9. [학술지] 고봉준 / 2009 / 1930년대 후반 시의 도시표상 연구 - 오장환, 김광균, 박팔양을 중심으로 / 한국시학연구 (25) : 109 ~ 138

  10. [학술지] 김동우 / 2008 / 1930년대 모더니즘과 도시시학 / 국어국문학 (149) : 527 ~ 548

  11. [학술지] 김백영 / 2007 / 제국의 스펙터클 효과와 식민지 대중의 도시경험― 1930년대 서울의 백화점과 소비문화 / 사회와역사(구 한국사회사학회논문집) (75) : 77 ~ 113

  12. [학술지] 김예리 / 2012 / 시적 주체의 탄생과 경성 아케이드의 시적 고찰 : 30년대 모더니즘 문학과 장 콕토 예술의 공유점에 대해서 / 민족문학사연구 (49) : 256 ~ 290

  13. [학술지] 김춘식 / 2010 / 식민지 도시 ‘경성’과 ‘모던 서울’의 표상 - 유리, 강철, 대리석, 지폐, 잉크가 끓는 도시 / 한국문학연구 (38) : 43 ~ 66

  14. [학술지] 남기혁 / 2012 / 오장환 시의 육체와 퇴폐, 그리고 모럴의 문제-해방 이전의 시 창작을 중심으로 /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16 (1) : 155 ~ 190

  15. [학술지] 윤지영 / 2009 / 김기림 초기작의 시선과 목소리 / 한국문학논총 (52) : 247 ~ 277

  16. [학위논문] 이성욱 / 2002 / 한국 근대문학과 도시성 문제 : 도시문화를 중심으로

  17. [학술지] 전봉관 / 2002 / 1930년대 한국시의 도시 체험과 향수 / 국어국문학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