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글은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를 전 세계 13곳 소장처의 1089점을 대상으로 생업, 사회생활(형벌, 교육, 교통, 천민생활), 의식주, 일생의례, 놀이와 여가, 연희, 세시풍속, 종교, 동물의 9개 영역 394종류로 1차 분류했다. 그리고 대상 작품을 각 소장처별로 민속 하위 갈래로 세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야별 특징을 추출했다. 한편 기산 그림의 낙관은 6가지 유형이며, 모든 그림에 적은 화제(畵題)는 대부분 국문이지만, 숭실대 매산본과 서울역사박물관 소장본, 그리고 극히 일부의 캐나다 소장본에는 한자어로 표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산풍속화의 구성과 묘사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대표적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백곡 김득신 등과 비교하면, 기산 그림은 실제 대상을 중심으로 초점화하여, 관련 없는 주변 인물을 대부분 배제하거나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부 도구나 제물 등은 구체적으로 그렸으며, 가능하면 인물을 뒷면이나 측면보다는 정면으로 다룬 편이다. 따라서 실제에 가깝게 대상을 부각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다른 풍속화가에 비해 인물 묘사에 있어 얼굴 표정이 없고, 움직임이 역동적이지 못하며, 구성이 단순한 편이다. 이것은 상업적 판매용 의 풍속화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한편 기산의 그림에는 19c 후반에 당연히 나와야 할 소재가 일부 누락되어 있다. 대체로 생업의 두레, 초동(나무꾼), 가축 사육, 의식주의 음식 조리과정, 초가집과 집 짓기, 일생의례의 장례의 염습, 출산의례의 출산과정과 백일. 돌, 놀이와 세시 분야의 쥐불놀이, 고누, 장치기, 비석치기, 지신밟기, 민간신앙의 장승과 솟대, 각 종교의 신상 등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는 기산이 원산 출신에 주요 개항지에서 주로 활동한 점, 남성으로서의 경험의 한계, 외국인의 시각과 요구에 부합한 소재 선택, 기독교적 시각에서 타 종교의 신격 누락, 일반화되고 익숙한 생활풍습 배제, 기존 모본에서 다루지 않은 소재의 배제, 민속사적으로 일반화 되기 이전 단계 등에 연유한다. 기산풍속화의 민속학사적 가장 큰 의미는 방대한 분야에 걸쳐 그림을 다양하게 그렸다는 점이다. 조선 후기 풍속화가의 그림이 모두 합쳐 50여 종류에 그치는 반면, 기산풍속화는 400여 종류에 가까운 방대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또한 기산 그림의 중복 여부도 전체 60% 정도가 한두 작품에 불과해서 일부 선호도 높은 작품을 제외하고 중복은 심하지 않은 편이다. 기산이 기층 집단의 삶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서구인의 시각에 따른 결과이다. 곧 그들의 요구에 맞추는 과정에서 오히려 다양한 분야를 세부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이런 다양한 영역에 걸쳐 여러 소재를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고, 모든 그림에 화제를 표기한 것은 한국의 민속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그의 그림은 조선 후기 세시기 중심의 다양한 문헌과 20세기의 현장 조사된 구술 자료를 이어주는 매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민속사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방대한 풍속화는 각각의 그림이 개별화된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조선 후기 기층집단의 민속과 총체적 시대상을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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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26)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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