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연구는 탈춤의 연행 원리 속에서 틈의 미적 지평을 찾아내는 데 목적이있다. 이는 탈춤의 구성 방식이나 연행의 과정이 틈이라는 매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우선 틈의개념을 정리한 다음, 탈춤의 구성 원리 속에서 틈의 양상과 구조적 의미를 찾아내고, 틈이 연행 과정에서 어떤 미적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연구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틈은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으며, 시간적, 공간적, 인간관계적, 의식적 측면에서 다양한 의미로 활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틈은 구조적으로 비어있는 지점이거나 흐름을 깨트리는 지점이거나 대상들 사이에서 양쪽의문턱이 되는 지점이다.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인식되느냐에 따라 차이, 변화, 균열, 이탈, 경계, 단절, 여유, 기회와 같은 다양한 속성을 지니게 된다. 둘째, 탈춤의 구성 원리는 틈을 활용하고 있으며, 틈은 마당의 구성 과정에서이합집산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탈춤의 마당들은 틈을매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현장의 상황에 따라 마당의 구성이 달라지거나 시간적, 공간적 조절이 가능하다. 마당 내부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틈이 배치되어전개과정이 자유롭고 현장의 상황이 그때그때 텍스트에 반영될 수 있다. 틈은 탈춤의 형식과 내용을 불확실하게 만들지만 구성 원리에 있어서 경계, 열림, 미적 장(場)이라는 구조적 의미를 갖는다. 셋째, 틈은 탈춤의 연행 과정에서 참여의 계기, 상호작용의 동력, 자아의 이동선과 같은 미적 기능을 갖는다. 관객은 놀이 도중에 틈이 발생하면 연행 공간에직접 뛰어들거나 추임새로 극에 관여한다. 틈이 발생함으로써 극중 흐름이 깨지지만 틈은 관객을 관조적 감상자가 아닌 참여적 행위자로 이끌어준다. 또, 틈은표면적으로는 관객의 참여를 유발시키는 계기가 되지만 내면적으로는 상호작용의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연희자와 관객이 정서적 협동관계를 취하게 만든다. 연희자의 말과 행동이 관객의 동조를 이끌어내면 야유, 고함, 몸짓 등이 극중에 침투하게 되고, 연희자 역시 관객의 반응에 호응하면서 상호 간에 영향과 반응의힘이 증폭되는 것이다. 또, 틈은 관객을 놀이적 자아로 만든다. 관객은 극 바깥에서 관조하는 관객이 아니라 극 속에 침투해 들어가 극의 방향과 내용을 바꾸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놀이적 자아로 경험하는 연희자가 된다. 관객의 감정과시선은 이미 극 속에 들어와 있으며, 그들이 내뱉는 추임새는 극 속에서 극중인물에게 말을 거는 행위이다. 따라서 틈은 탈춤을 공동체의 놀이로 만들고, 텍스트에 창조적 전이를 불러일으킨다.

키워드

틈, 경계, 열림, 미적 장(場), 참여, 상호작용, 놀이적 자아, 창조적전이, 수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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