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도플갱어 현상은 자아나 사회가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부정적인 속성들에 대한 불편한 성찰이다. 도플갱어는 인간과 사회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달갑지 않은 어떤 요소, 즉 개인의 양심이나 사회적인 규범이 터부시하거나 또는 악으로 규정하고 억압해온 인간 본성의 일부가 타자로 구현된 것이다. 도플갱어는 인습적인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 경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명망 있고 정결하게 보이는 수도사 메다르두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욕정, 근친상간, 살인, 강간, 파괴적 사디즘 등 이성적인 현실세계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요소들이 은폐되어 있듯이, 외견상 선으로 보이는 것도 이면에는 부정적이고 악으로 간주되는 요소가 은폐되어 있다. 대외적인 신망과 내면적 또는 무의식적인 욕망 사이에서의 동요와 갈등과 투쟁은 자아의 내면적 분열을 야기한다. 낭만주의 도플갱어는 이성이 구분해 놓은 경계를 넘어 통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낭만주의 문학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도플갱어는 문명발전 과정에서 터부시되고 억압된 것이 귀환한 것이다. 문명사회의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자아의 어두운 그림자로서 도플갱어가 존재한다고 간주할 수 있다. 그래서 이것이 귀환할 때 친숙한 섬뜩함이 나타난다. 터부에 대한 도전은 문명사회가 인간에게 부여한 한계에 대한 저항이자 거부이다. 도플갱어 현상은 자아와 타자, 주체와 대상, 현실과 공상, 실재와 부재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와 간극을 무너뜨려 통합하려는 시도이다. 주관성이 현실세계에 틈입하여 꿈과 실재, 광기와 이성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문학적 도플갱어는 깊숙이 은폐되어 있는 불안을 폭로하는 도구로서, 개인이나 사회 문제를 반영하는 거울로서, 나아가 기존의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서 기능한다. 폭력, 사디즘, 관능 등 인간 본성에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투사된 도플갱어는 통제되지 않고 버려둘 경우 사회를 교란하고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문학적 도플갱어는 억압되어 온 요소들을 문학세계에서 분출시킴으로써 기존 사회 질서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키워드

도플갱어, 주관적 시각, 낭만주의, 프로이트, 패러다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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