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고에서는 종교, 사상, 문학 등의 여러 방면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기고 후대 지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끼치고 있는 조선 초기 함허득통 선사의 『금강경삼가해』 <설의>에 실린 게송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그의 문학 전체 성격을 구명하는 일환으로 그간 연구에 소외되어온 그의 게송에 반영된 작가 의식을 작품 맥락 속에서 찾아보고 작품이 지향하는 미학적 특성을 전체적으로 논의하였다. 그가 보여준 작가의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났는데 작품존재의 기반으로서 함허는 일체 중생은 물론 일체 모든 존재가 성불해 있다는 본래성불의 작가 의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작가 의식은 그가 선사의 전통을 잇는 선사로서 선불교의 본래성불 의식을 계승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함허는 본래성불의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교시를 지향하는 중층적 작가의식을 보여 주었다. 그가 말하는 교시는 중생과 부처를 나누어 놓고 중생을 부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생이 곧 부처라는 전제를 가지고 중생이 본래부처이지만 망상으로 인하여 미혹됐다고 보고 그 망상을 타파하는 수단으로서의 수행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교시를 지향하되 본래성불에 철저히 기반하는 중층적 작가의식의 양상을 보여주었는데 이 두 가지 작가의식에서 부처가 망상을 일으키면 중생이 되고 중생이 망상을 깨치면 부처가 된다고 둘을 하나로 보아 그 관계는 유기적이며, 망상이 그 현상은 있으나 실체는 없다고 하여 두 의식은 또 역설적 관계로도 나타났다. 이러한 작가 의식에 기초하여 창작된 함허의 게송의 미학적 성격은 존재의 현상과 본질, 개별자와 보편자, 동과 정의 혼연일치를 드러내서 원융적 미학을 핵심미로 하고 있었고 이것을 구체적으로 드러냄과 숨김의 표현미학으로 나타냈다. 다시 드러냄의 표현미학은 관념어를 사용하여 원융미를 일상적 논리로 드러내어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의 정서를 경험케 하기도 하고 모순 어법을 통한 역설법을 사용하여 의구심의 미학적 정서를 유발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숨김의 표현미학은 형상화의 원리로 원융미를 표현하여 평범한 자연 대상 자체만을 묘사하기도 하고 고도의 상징 수법을 사용하여 구체적 대상과 현상만 직면한 독자들로 하여금 심각한 의구심을 가지고 빠져들게 하는 몰입의 미학, 인위적 사유체계를 넘어 휴식을 주는 청량의 미학, 여기서 더 나아가 전격적으로 깨달음을 경험하게 하는 법열의 미적 체험까지 가능하게 하는 강열함을 표현했다고 보았다. 앞으로는 『금강경삼가해』라는 경전에 붙인 게송에 보이는 이 같은 작가 의식이나 미학적 성격이 실제 『원각경』이나 『법화경』과 같은 다른 경전에 보이는 그의 게송이나 그 자신의 독자적 선시 작품에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서 장차 그 문학의 전체적 성격을 구명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키워드

『금강경삼가해』, 게송, 본래성불, 교시, 중층적 작가의식, 원융미, 드러냄, 숨김, 표현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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