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글은 退溪 李滉의 「陶山雜詠」의 시 작품에 담긴 理學的 의미와 그 전승과정을 역사학적 관점에서 탐구한 논고이다. 퇴계의 「도산잡영」은 주자의 「武夷精舍雜詠」의 전통을 이어 퇴계 자신의 문학과 理學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특히 「도산잡영」 시의 몇 편은 天理, 敬, 義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天淵臺>, <天光雲影臺>, <玩樂齋>시에서 자신의 이학적 정서를 잘 표현하였다. 퇴계의 敬과 理에 대한 탐구는 ‘天光雲影’과 ‘鳶飛魚躍’으로 상징된다. 그는 ‘천광운영’에서 敬을 드러내고 ‘연비어약’에서 天理의 생동적인 모습을 표현하였다. 송대 이학에서 새롭게 제기된 천리는 이제 퇴계에 의해 도산의 공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다. 그리고 程頤에 의해 제기된 敬은 완락재에서 퇴계에 의해 실천되었다. 그는 완락재에서 敬과 義, 無極과 太極, 陰陽과 五行의 오묘함을 부단히 탐구하였고, 자연의 理가 내 마음에 이른다는 ‘理到’설을 믿게 되었다. 그리하여 퇴계는 「도산잡영」을 통해 도산에 펼쳐진 자연이 그의 마음에 다가와서 하나가 되는 理學의 최고 경지인 和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퇴계의 「도산잡영」은 이미 당대의 학자에게도 크게 주목 받던 작품이었고, 후대의 학자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퇴계의 제자인 奇大升은 「도산잡영」詩韻에 의거하여 퇴계 이학의 함의를 드러내었다. 특히 기대승은 「완락재」시에서 涵養 공부를 강조하였고, 敬과 義가 순환하는 묘리의 탐구를 강조하였다. 그런데 퇴계의 「도산잡영」을 그대로 모방하여 시를 짓고 기문을 쓴 학자는 李象靖이다. 이상정의 「高山雜詠」은 주자가 武夷九曲을 경영하고 「무이정사잡영」을 읊었던 것과 퇴계가 도산을 경영하고 「도산잡영」을 읊었던 것을 수용하여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산수 공간을 시로 읊은 것이다. 이상정은 삼라만상과 사귐에 자신의 즐거움이 삼라만상과 더불어 무궁하다고 하였다. 그는 퇴계의 이학을 정리하면서 산수로 대표되는 자연 속에서 ‘仁’과 ‘智’를 제기하여 퇴계의 이학의 최고 경지인 樂(즐거움)을 구현하려고 했다. 주자의 「무이정사잡영」에는 아직 敬과 義의 내용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 퇴계는 「도산잡영」에서 주자의 「觀書有感」 등 작품에서 과감하게 이학에 해당하는 내용을 수용하여 도산을 이학의 공간으로 만들고 이학적 함의의 시를 읊었다. 그리고 程顥의 ‘天理’와 程頤의 敬, 周敦頤의 太極의 묘를 탐구하는 공간임을 여지없이 드러내었다. 퇴계가 구축한 이러한 理學의 詩 세계는, 조선시대에 詩로서 이학을 논한 하나의 전형이 되어 그뒤 기대승과 이상정 등 많은 학자들에 의해 더욱 闡明되고 전승되어 나갔다.

키워드

敬, 고산잡영, 기대승, 도산잡영, 무이정사잡영, 이상정, 理學, 天理, 퇴계 이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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