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활 속에서’의 학습 성격
“국어활동” 교과서의 설정을 놓고 여러 가지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방식을 허무는 것을 넘어서 없던 교과서가 새로 생기는 것이므로 고려할 것이 더 많았던 것이다. “국어”라는 통합교과서도 신선하고 고민할 것이 많지만 기존의 영역별 교과서를 합친 통합 단원에 대한 연구가 많이 있어 왔기 때문에 참고할 것도 결과를 노정할 수도 있었다. 반면 “국어”를 보조하는 교과서는 없었기 때문에 역할 설정을 위해서는 다른 학교급이나 교과로 눈을 돌릴 필요성이 생겼다.
먼저 다른 학교급의 보조 교과서를 살펴보면 중학교에서는 국어 교과서를 “국어”와 “생활 국어”의 두 권으로 구성하고 있다. “국어”는 일상의 언어생활 모습을 지식과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으며, “생활 국어”는 언어생활에서 담화나 글을 직접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국어 지식을 학습하고 창조적인 언어활동을 하도록 구성하였다(조동길 외, 2013). 즉, 중학교의 “생활 국어”는 지식을 활용하는 워크북형 심화 도서이다. 그런데 창조적 언어 사용을 위해 설정된 취지는 좋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필요한 지식을 모두 “국어”에 담아 놓았기 때문에 “생활 국어”는 배우지 않아도 좋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는 폐해가 생기기도 하였다.
다음으로 초등학교에서 대표적인 보조교과서로는 “수학”의 “수학익힘책”과 “과학”의 “실험관찰”이 있다. 이 두 교과서는 모두 워크북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1) 즉, 본 교과서의 내용을 차시별로 따라가면서 학습자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기록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도록 구성되었다. 수업 시간 활용도를 비교해 본다면 “수학익힘책”은 차시 학습 내용이 많을 경우 과제로 부과하고 있다. 반면, “실험관찰”은 “과학”에서 활동한 실험 내용이나 결과를 직접 적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둘 다 차시를 일일이 보조하는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어 교과는 수학과 과학교과에 비해 차시를 일일이 보조하는 워크북보다는 학습의 생활화화 내면화에 중점을 두면서 유용한 자료로서의 역할도 요구받았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꼭지가 설정될 필요가 있다.
이경화(2012)에서는 “국어”와 “국어활동”의 연계 방식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국어”와 “국어 활동”은 종속형으로 학습 내용이 서로 관련되며 수업에서 연계가 높다. 둘째, 학습 내용 안배 유형으로 보면 독립형에 해당된다. 하지만 “국어 활동”에도 어휘 학습, 기초 학습 등 새로운 학습 내용을 안배한다면 독립형과 상호보완형의 중간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보조교과서의 활용면에서는 주로 자율학습용이지만 교수학습용을 고려하여 “국어” 교과 연계 활동을 구성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는 종속형과 교수학습용의 성격을 띠고 있다. “국어”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종속형이면서 교사가 이 코너를 수업의 직접적 자료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교수학습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 다지기’, ‘글씨 연습’ 등과 같은 여타 어휘학습, 기초학습이 독립형으로 설정된 것과 달리 ‘생활 속에서’는 정규 수업 시간에 다루어야 하는 비중을 지닌다. 이러한 학습의 무게를 나타내듯 교사용 지도서에서는 ‘생활 속에서’를 ‘실천학습’으로 명시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는 국어 수업에서 실천학습의 성격을 띠고 있다. 매 단원의 마지막 한두 차시에 배분되어 단원 목표를 학습자의 생활로 들어가려는 생태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어”교과서에서는 단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지식, 기능, 태도에 대한 이해학습과 적용학습을 한 후 “국어활동” 교과서에서는 학습자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실천학습을 한다.
<표 1>. 국어 1-1학기 8단원 학습 목표
실천학습은 학습자가 생활 속에서도 국어 시간에 배운 국어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중간자 역할을 해 준다. 학습자가 둉료 및 교사와 함께 조금은 쉽고 재미있게 단원 목표에 대한 직접적 실천 활동을 함으로써 단원 목표가 일상에서 구현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내면화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2. ‘생활 속에서’의 학습활동 설정 방식
실천학습으로서의 ‘생활 속에서’는 국어 학습이 학생들의 생활로 들어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서는 학습자의 일상에서 실천하는 활동의 구성을 놀이형, 조작형, 발표형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2)
가. 놀이형
놀이형은 말 그대로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여 여러 가지 놀이 활동을 해보는 것이다. 놀이형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1학년에서는 낱말 만들기 놀이, 기분 알아맞히기 놀이, 기분이 두둥실 놀이 등 학습 내용과 관련지어 짝이나 모둠 친구들과 규칙에 따라 수행하는 활동이 많이 구현되고 있다.
[그림 1]에 제시된 자음자와 모음자로 낱말 만들기 놀이는 짝과 함께 자음자와 모음자가 적힌 주사위를 가지고 놀이를 해보도록 하고 있다. 원래부터 있었던 놀이가 아니기 때문에 놀이 방법을 안내하는 학습이 놀이 전에 등장한다. 놀이를 하기 전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소통 활동을 하게 된다. 놀이 규칙을 이해하기 위해 친구들과 대화를 하거나 교사에게 질문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루어지고 학습내용에 대한 생활 속 실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림 1]. 1-1-3단원 “국어활동” 놀이형 예시
놀이형의 장점은 학생들에게 쉽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활 속에서 하던 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규칙과 도구를 가지고 놀이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소통을 하며 단원 학습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놀이 활동은 이해학습이나 적용학습보다 실천학습에서 더 빛을 발한다. 그 까닭은 “국어”에서 이미 이해학습과 적용학습을 하면서 학습 내용에 대한 지식, 기능, 태도의 학습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놀이 규칙만 알면 학습 내용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놀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놀이형은 짝이나 모둠과 경쟁을 하여 이기게 하는 경쟁형과 어떤 과제를 다같이 수행해 보는 수행형으로도 나눌 수 있다. [그림 1]에 제시된 주사위로 글자 만들기 놀이는 짝과 글자를 만들어 보는 활동을 해 보고 낱말을 만들어 보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므로 수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그림 2]의 1-1-6단원의 문장 만들기 놀이에서는 문장만들기 표에 동그라미표를 많이 하는 사람이 이기도록 하고 있다. 경쟁형은 학생들에게 활동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목적의식을 더 갖게 한다. 이기기 위한 목표를 갖고 특정 활동에 집중해서 놀이를 하는 와중에 언어사용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순기능적 효과도 있다. 물론, 이기는 데에만 집중하면 놀이 과정에서 얻게 되는 학습 효과가 없을 수도 있으므로 교사는 놀이 규칙과 방법을 숙지하도록 충분히 사전 지도를 해야 한다.
[그림 2]. “국어활동” 1-1-6단원 놀이형의 경쟁형 예시
나. 조작형
조작형은 학습자들이 무엇을 만들어보거나 써 보는 등의 자기주도적 활동을 뜻한다. 조작이라는 말이 다소 물건이나 기계에 국한하여 생각하 게 되면 한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넓은 차원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언어 사용 활동의 부산물인 책, 신문, 편지, 이야기, 사전 등 다양한 장르의 생산이 가능하다. 학생들이 직접 만들기를 하면서 단원의 학습 내용을 다지도록 하고 있다.
[그림 3]의 활동은 학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보고 모둠신문을 만들어 알리는 것이다. 단원의 목표는 ‘알맞은 까닭을 들어 부탁하는 글을 쓸 수 있다.’이다. 학생들은 “국어”에서 부탁하는 글이 필요한 상황을 이해하고 읽는 사람을 고려하여 부탁하는 글을 쓰게 된다. “국어” 8단원을 마치고 난 후 “국어활동”에서 모둠 신문을 만들어 반 친구들에게 직접 부탁하는 글을 쓰게 하는 것이다.
[그림 3]. “국어활동” 2-2-8단원 모둠신문 만들기(조작형 예시)
모둠 신문에는 부탁하는 글 말고도 여러 가지 내용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림 4]와 같이 학급의 문제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하게 한 후 부탁하는 글을 써보게 할 수도 있다. 부탁하는 글 쓰기를 배우고 나서 ‘생활 속에서’에서는 자신이 배운 내용을 직접 학급 친구들이나 선생님, 가족들에게 구체적 표현물로 나타낼 수 있다. 조작형은 이와 같이 언어 표현 활동을 학습자 주도적으로 개인 또는 상호 간에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림 4]. “국어활동” 2-2-8단원 ‘생활 속에서’ 활동
다. 발표형
학생들의 언어사용활동은 혼자 읽고 쓰고 생각을 해보거나 짝끼리 말해 보거나 교과서에 기록하는 등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업 시간에 다인수 학급을 운영하다보면 교사들이 일일이 학생들의 생각을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언어사용능력은 실제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활동을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고 보았을 때 현재 “국어”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발표형은 학생들이 “국어”에서 배운 학습 내용을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해 보는 방식으로 구성된 활동이다. 발표형은 ‘생활 속에서’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코너이다. 학생들이 지금껏 학습한 내용이 몸에 배도록 연습하고 확인하는 차원에서 발표하는 활동이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교과서에서는 시 암송회, 우리 반 신문고 활동하기, 인형극 공연하기 등 다양한 장르와 발표 형식으로 구현되고 있다.
[그림 5]는 2학년 2학기 9단원의 ‘생활 속에서’ 활동 일부이다. 이 단원의 목표는 ‘인물의 말과 행동에 주의하며 인형극을 할 수 있다.’이다. 최종 목표가 곧 인형극을 해 보는 것이다. 단원 목표 달성을 위해 “국어”에서는 인형극에 대하여 알기, 인형극 보고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 찾기, 일이 일어난 차례말하기, 대본 읽기, 성격 생각하며 인형극 하기 등의 활동을 한다.
[그림 5]. “국어활동” 2-2-9단원 인형극 공연하기(발표형 예시)
“국어”에서 단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인형극을 직접 해 보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처음 지도되는 인형극이라는 장르를 익혀보고, 인형극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여 표현하기까지 해도 좀 벅찬 부분이 있다. 실제로 인형극을 해 보는 활동은 좀더 시간을 두고 다진 후에 해야 학생들에게 다양한 극적 표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여건과 현실을 고려하여 실천학습으로 인형극 발표하기를 넣게 된 것이다.
발표형은 인형극과 같이 공연도 있지만 단순히 책을 읽고, 생각과 느낌을 발표하기, 역할놀이 발표하기, 실감나게 읽기, 전시회하기 등 다양하다. 뭔가를 만들어 여러 사람 앞에 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발표형은 조작형과 결합된 경우도 많다. 책 만들기나 모둠 신문 만들기를 하고 나서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교과서를 분석할 때에는 어느 활동이 더 중심에 있고 비중을 차지하는가에 따라 두 가지 유형을 구별하고자 하였다.
1) 수학과 및 과학과 교사용 지도서를 살펴보면 보조 교과서의 역할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익힘책과 실험 관찰에 대한 기술 내용이다. 익힘책의 내용은 수학과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준하여 선정하되, 수학의 기본적, 공통적, 보편적 학습 내용을 정선하여 학습 분량의 최적화 및 수준과 범위를 적정하게 유지한다.(초등학교 수학과 교사용지도서). 실험 관찰 교과서는 과학 교과서의 개발 방향과 구성 방침에 따라 교과서와 구별되는 보조 교과서이자 학습자가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학습장이다. 따라서 교과서에서 제시한 활동, 과제, 질문 등과 연계성을 갖는다.(초등학교 과학과 교사용 지도서)
2) 처음에는 실천학습의 활동 유형말고도 내용 설정 방식에 대한 고민을 보충, 심화, 정착형으로 구분해보았다. 보충형은 단원 목표보다 쉬운 학습 내용, 심화는 좀더 나아간 내용, 정착형은 단원목표 수준과 같지만 활동의 재미나 유용성을 추가하여 다지고자 하는 내용 설정 방식이다. 그러나 실천학습의 특성상 단원목표를 보충하거나 심화하는 내용보다는 단원목표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정착형의 방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여기서는 활동의 다양성을 어떻게 추구하면서 학습자의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여 국어학습의 실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