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관아는 자기의 소행을 살피는 행위인 까닭에 어떠한 경우든 반드시 관물을 그 수단으로 삼는다. 관물은 확장된 관아다. 그것은 사물에 비치는 자아를 보자는 행위요, 남에게 비치는 자아를 보자는 행위다. 관물은 객관적 현실을 매개로 하는 자아의 反照를 확장된 관아에 이르는 기축으로 삼는다. 관물은 모름지기 관아를 위한 것부터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퇴계의 논리는 관물이 지니는 확장된 관아로서의 의의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왔다. 관물의 문제는 곧 격물의 문제다. 관물의 목적은 치지에 있으니, 치지의 요점은 천리의 본체와 그 작용 양상을 철저히 구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本原이자 主宰다.’라고 하는 주체의 자각을 버리고 오로지 사물의 이치를 살피는 데 치중하는 태도는 ‘出遊한 騎兵이 돌아갈 곳이 없게 된다.’라고 하는 정신적 혼란과 피로를 부른다. 이것은 관아와 무관한 관물을 엄격히 배제했던 사유다. 만물의 이치와 자아의 본성은 본디 하나의 천리일 뿐이다. 밖으로 저쪽을 밝히면 곧 안으로 이쪽도 환하게 되는 밝음이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심중에 조금이라도 안배나 기대를 동반한 私欲의 개입이 생기면, 이러한 때에 응접하게 되는 온갖 사물은 다만 가없이 시달림을 부르는 굴레가 될 뿐이다. 퇴계가 合自然과 無爲를 자아의 存心을 위한 필연적 요구로서 중시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키워드

退溪, 觀我, 觀物, 天理, 致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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