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전시체제기 연극통제는 시스템에 의한 동원정치였다는 점에서 그 이전과는 확연히 구별되었다. 국민총력조선연맹 문화부, 조선총독부 정보과, 조선군 보도부 등과 같은 상급 통제기관이 통제 방침과 내용을 확정하고, 조선연극문화협회 등과 같은 연극단체를 매개로 하여, 산하 단체와 인력을 통제하는 위계구조를 갖추게 되었던 것이다. 이 시스템 안에서만 활동할 수 있었기에 연극인들이 당국의 戰時統制線을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국민연극의 수립은 여의치 않았으며, 연극인들은 擬似국가의 호명에 완전히 환원되지 않는 擬似전위로서 스스로를 위치시켰다. 또한 통제시스템이 미칠 수 없었던 조선연극의 ‘지체’는 조선연극이 ‘국민의 연극’으로 재탄생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덜미였거니와, ‘후방의 피로감’을 극장에서 배설하고자 했던 관객들 덕분에 이 상태는 해방 때까지 지속되었다. 이처럼 연극통제의 기획은 정책적으로는 실패했으나, 전시체제기는 그 이전과는 다른 단층을 만들어내면서 연극사에 새로운 것들을 기입하고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국가를 정점으로 하는 시스템의 직접적인 경험 그 자체로서 ‘국가’에 대한 감각이 생성되었다는 점이다. 우연적이고 부정적인 수준에서 관계를 맺고 있던 연극과 국가는 이제 전시통제의 경험을 통해서 필연적인 관계로 인식되었다. 이 필연성은 권력집행의 효율성에 대한 긍정을 의미했고, 이러한 가치판단은 전적으로 국가권력의 대리자라는 매개적 위치에서 유효한 것이었다. 전시통제의 실질적 효과는 해방 이후에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두 단계의 변수가 개재되어 있었다. 첫째는 주체(연극인)의 이원성이 ‘국가’라는 시스템을 실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근거가 되었다는 점이며, 둘째는 ‘해방’으로써 ‘국가’라는 시스템과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결합됨으로써 비로소 ‘민족국가’에 대한 환상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전시통제 효과의 진짜 장면은 戰時라는 비상시가 종결되는 지점, 즉 해방이 되고나서야 감지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키워드

전시체제, 연극통제, 동원정치, 국민연극, 이동연극, 조선연극협회, 조선연예협회, 조선연극문화협회, 경성흥행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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