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논문은 헤르만 슈미츠의 『사랑의 현상학』을 통해서 '사랑하기의 고독'이란 무엇인가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 작업은 파트너 사랑이 불완전하며, 그래서 사랑이 어렵고, 사랑한다는 행위가 기본적으로 고독하다는 것을 전제한다. 서양철학은 플라톤으로부터 몸보다는 영혼, 감정보다는 이성, 불완전보다는 완전을 추구하는 역사였다. 종래의 철학사에서는 감정을 육체에 종속된 파생물로서 이성보다 저급하고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사랑은 완성하거나 도달하기 어려운 피상적인 관념의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슈미츠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감안하면서,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사랑을 현상학적으로 재해석한다. 요컨대, 그는 원초적 사랑을 주체의 ‘정동적 놀람 상태’와 ‘주관적 사실’, ‘주관성의 응축’으로, 또 사랑의 공동 속에서 ‘하나’임에도 각자 ‘둘’인 사랑의 이원성으로 바라보며, 사랑하기의 어려움을 강조한다. 그러나 슈미츠는 동시에 어려움 속의 사랑을 긍정한다. 오히려 그에 따르면, 주체의 심원한 홀로임이 파트너 각자가 사랑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나아가 사랑하기의 고독은 파트너 사랑에서 각자가 시공간의 자유를 누리게 하며 더 나아가 성숙한 거리를 유지하게 한다. 또한, 주체에게 통찰과 성숙을 통해 파트너 서로가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배움과 깨달음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는 주체가 진정한 ‘자기 자신’이며, 삶과 성숙이란 여정의 토대가 ‘주관성’에 있기 때문이다. 몸적(신체적) 주체의 주관성이 불완전한 파트너 사랑에서 ‘서로 간의 사랑’으로 거듭나는 이유가 또한 바로 이것이다. 세계 속에서 서로의 고유한 정체성을 존중하며 상대방의 성숙과 평안을 바라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키워드

파트너 사랑, 사랑하기의 고독, 주관성, 서로 간의 사랑

참고문헌(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