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최근 페미니즘은 분야를 막론하고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예술계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기를 띄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역사와 담론을 전복하고 재편하는 급진적인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는 사제 간 작동하는 위계질서, 대학의 서열화에 따른 보수적 관행, 전통예술 속에 내재된 여성혐오에 대한 무비판적 교육 등 다양한 요인이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고착된 전통예술의 기본전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자유롭게 논쟁할 수 있는 담론장이라 할 수 있겠다. 본고에서는 가장 먼저 학문으로 정립된 전통예술의 특성과 미학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전통예술은 사회에서 형성되고 발전된 문화적 산물이므로, 당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가부장적 질서를 반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통예술에 남성중심적 질서가 내재되어 있다는 주장은 그다지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았다. ‘전통예술은 여성혐오적인가’라는 질문은 보호 이데올로기, 민족주의적 당위성과 결합하면서 비판적으로 논의되지 못했고, 금기 시 된 측면도 있다. 또한 전통예술을 연구하는 주체가 대부분 남성 지식인에 한정되다보니 전통예술 속 여성혐오를 독해하지 않은 채 여성이 배제된 지식을 형성해 왔다는 추론도 해볼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전통예술과 미학적 담론의 확립에 있어 ‘여성’이라는 젠더적 요소를 간과해온 것이다. 2장에서는 전통예술의 특성과 미학을 논할 때 보편적으로 언급되는 수사를 점검하고, 전통예술에 관한 보편적 지식이 누구의 주도에 의해 형성되었는지 살펴보는 개괄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오늘날 공연예술 현장에서 반복되는 여성혐오 기제를 살펴보기 위해 2018년부터 현재까지 페미니즘 이슈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전통예술계의 시도를 비판적으로 조망했다. 2018년을 기점으로 여성을 내세운 공연 기획이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모든 기획이 질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페미니즘을 상업적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홍보 수단으로 여기는 기획이 압도적으로 많아 이에 대한 반성이 필요했다. 또한 전통예술에 내재된 남성중심적 맥락을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파기하지 않지 않고 그대로 답습하면서 여성예술가만을 전면으로 가시화 하는 공연이 주를 이루었다. 여기에 여성혐오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평이 덧붙여지면서 대다수의 시도는 여성혐오의 재생산으로 귀결되었다. 반면, 이러한 창작 흐름의 대척점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소수의 동시대 여성예술가들도 존재했다. 본고에서는 그들의 작업을 소개하며 페미니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았다. 전통예술은 전통예술의 권위에 의해 어떠한 비판 없이 보호되어야할 대상이 아니다. 전통예술의 생명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적극적으로 해체되고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지면서 끊임없이 재맥락화 될 때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전통예술이 여성을 배제해왔던 역사의 결과물이라면 이에 대해 누구나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대 전통예술계의 페미니즘 담론은 전통예술을 바라보는 경직된 태도를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키워드

젠더, 여성, 페미니즘, 국악, 전통예술, 여성예술가

참고문헌(19)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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