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글은 김내성, 김성종, 도진기 세 작가의 추리소설들을 논의대상으로 하여 한국 추리소설의 큰 흐름을 살피고 있다. 추리소설에 존재하는 범죄서사와 탐정서사의 양대 서사에 주목한 토토로프의 논의에 기대어, 이 양대 서사의 관계를 통해 우리 추리소설사의 큰 흐름을 조명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논점은 알리바이의 문제와 탐정의 형상이다. 2장에서는 김내성의 작품들을 통해 범죄서사와 탐정서사가 미분화되어 있음을 논의하였다. 김내성의 작품에서는 범행의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함으로써 주체-식별적 알리바이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탐정서사가 전개된다. 범죄서사 내에서 탐정이 직접 겪은 ‘체험’이 이 알리바이 해체의 열쇠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양대 서사의 미분화 양상을 엿볼 수 있다. 한편, 김내성의 작품에서는 범죄서사와 탐정서사가 착종되는 양상을 통해 양대 서사의 미분화 양상을 나타내 보인다. 이는 탐정서사 내에서 복수탐정의 존재와 관련을 맺는다. 3장에서는 김성종의 작품들을 통해 범죄서사와 탐정서사가 감정적으로 연계됨을 논의하였다. 김내성의 작품에서 탐정이 범죄서사 내에 존재하는 것과 달리, 김성종이 창조한 탐정 오병호는 탐정서사 내에 공고하게 자리를 잡은 가운데 범죄서사와 탐정서사 간 감정적 연계와 관련을 맺는다. 김성종의 작품에서는 범인의 세계-내-생존 증명을 하는 것이 알리바이 해체의 관건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탐정은 범행의 ‘심리적 가능성’을 밝혀 나간다. 이 알리바이 해체 과정에서 범죄의 심리적 가능성이 주요하게 고려된다는 점에서 양대 서사의 감정적 연계 양상을 드러내 보인다 하겠다. 다른 한편으로, 철저하게 탐문에 기초하여 수사를 진행하는 탐정 오병호는 범죄자 혹은 용의자와 공감하거나 그들을 배려하는 입장을 나타내 보인다. 본고는 이러한 오병호의 범죄서사에 대한 공감적 접근을 통해 양대 서사의 연계 양상을 논할 수 있었다. 4장에서는 도진기의 작품들을 통해 범죄서사와 탐정서사가 분화됨을 논의하였다. 도진기의 작품에서 탐정 고진은 시공간-조작적 알리바이 해체를 통해 범행의 ‘물리적 가능성’을 입증한다. 도진기의 작품에서 범죄서사는 모두 증거가 부재하고 알리바이가 완벽한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알리바이 해체는 첨단 수사 방식을 통해 수집한 팩트들의 뒷받침을 받아 주로 탐정의 머리에서 수리물리적인 답안을 찾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본고는 팩트와 추리 간 긴 거리를 노정하는 이러한 알리바이 해체 방식을 통해 양대 서사의 분화 양상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탐정 고진에게 있어서, 범죄서사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팩트들이 산적한 데이터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할 수 있다. 그는 이 데이터에 입각하여 가설을 세우고, 다시 그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팩트들을 수집하여 가설검증을 하는 방식으로 사건에 접근한다. 이와 같이 탐정이, 데이터로서의 의미를 갖는 범죄서사에 가설 검증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통해 양대 서사의 분화 양상을 논의할 수 있었다.

키워드

추리소설, 범죄서사, 탐정서사, 주체-식별적 알리바이, 존재-증명적 알리바이, 시공간-조작적 알리바이, 범죄의 기술적 가능성, 범죄의 심리적 가능성, 범죄의 물리적 가능성, 복수탐정, 탐정의 공감적 접근, 탐정의 가설검증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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