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고려의 남경은 개경, 서경과 함께 삼경으로 취급되는 중요한 지역이었다. 이에 남경 순행의 왕래 과정, 체류 시기 등의 여러 상황, 그리고 순행과 관련한 의례를 살펴보았다. 개경에서 남경까지, 그리고 남경에서 환궁까지 소요되는 시일은 일정하지 않아 빠르면 대략 4·5일이, 늦으면 14일이 걸렸다. 그렇지만 대체로 9~10일이 걸린 경우가 많았다. 아마 직로는 4·5일이, 우회로는 9·10일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체류 시일은 짧게는 3~4일(인종·의종), 길게는 30일, 37일, 65일 등으로 일정하지 않았다. 순행 기간은 짧게는 17~18일 정도였고, 길게는 42일~83일 등이었다. 장기간 순행한 것은 남경 순행 후에 장원정에 순행하여 환궁하였기 때문이다. 남경 순행 시기도 일정하지 않았는데, 대체로 8월·9월 경에는 남경을 순행하고 있다. 남경까지는 이른바 ‘임진 도로’와 ‘장단 도로’ 상의 역로를 이용하였을 것인데 국왕 순행 시에는 驛·館 보다는 주로 院을 이용하고 있다. 국왕들이 서경 및 남경 지역을 순행한 것은 태조의 훈요십조와 풍수지리설에 근거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순행 전후의 통치 행위를 볼 때 국왕의 巡幸은 『서경』과 『예기』 등의 유교 경전에 밝힌 ‘省方’의 실천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고려 국왕들이 남경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풍수지리설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순행은 정치적 행위로서 천자인 고려 국왕이 지역(남경)을 순수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국왕들은 남경을 행차할 때 지나온 주·현에 조세 감면의 등의 혜택을 주었고, 명산대천에 제사와 봉작을 내렸다. 남경 순행 의례는 「서남경순행의장」, 「서남경순행회가봉영의장」, 「西南京巡幸還闕奉迎鹵簿」, 「按察使別銜及外官迎行幸儀」 등이 있었다. 이들 의장에는 많은 인원이 동원되었는데, 「서남경순행의장」은 「조회의장」 보다 많고, 「서남경순행회가봉영의장」은 고종 9년에 정한 「宣赦衛仗」 보다 더 많았다. 「서남경순행회가봉영의장」의 인원은 「법가의장」, 「중동팔관회출어위장」 다음으로 많은데 이들 의례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순행 의례는 「서남경순행의장」→「안찰사별함급외관영행행의」→「서남경순행회가봉영의장」·「서남경순행환궐봉영로부」의 순서였다. 남경 순행에서 돌아와 의봉문에 도착하면 덕음을 반포하는데 充庭 儀式으로 거행하였다. 한편 고려시대에 삼경의 위상은 서경, 동경, 남경의 순서였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남경이 서경과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품계나 순행 의례에서는 동일하였다. 남경은 고려시대에 수 차례에 걸쳐 천도가 논의되었을 만큼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그 순행 의례를 보면 순행 인원은 개경에서 거행된 주요 의례와 별반 차이가 없는 대규모였고, 수행 관료도 分司와 같은 규모였다. 따라서 국왕이 ‘京’을 순행한다는 의미에서 서경이나 남경이나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즉 의례상으로 남경은 서경과 같은 위상을 갖고 있었다.

키워드

남경, 巡幸, 순행의례, 衛仗,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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