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글은 근대 한국의 신문 의학 상담란에서 목격되는 ‘수치스러운 몸’에 대한 남성들의 고백을 타자성의 경험이라는 차원에서 역사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신체와 섹슈얼리티의 새로운 규범이 형성되던 근대 한국에서 남성성이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이탈하는 남성들은 무엇을 경험했는지가 이 글의 관심사이다. 이 글은 특히 남성성을 정의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던 성과학의 외부에 있던 성적 쾌락의 문제에 주목한다. ‘연애’와 같은 근대적 섹슈얼리티가 조선에 도입됨에 따라 일어난 변화중 하나는 여성 성욕의 (재)발견이다. 여성의 성욕은 더 이상 부정될 수 없었으며 이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담론이 부상하였다. 근대적 일부일처제는 여성의 성욕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이었다. ‘삽입 중심주의’ 와 ‘질 오르가즘의 신화’가 혼합된 성차별적 담론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지만, 이는 여성의 성적 쾌락을 가시화하는 효과를 보였다. 그리고 남성 중심성 이데올로기의 반작용으로서 남성들은 성적 쾌락을 생산할 수 없는 자기 신체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남성 역시 성차별적 신체 규범을 내면화함에 따라 ‘남성성’의 척도를 벗어나는 타자화를 경험한 것이다. 이 남성들이 주로 느끼는 감정은 수치심이었다. 수치심은 자기 신체를 바라보는 타인의 존재를 의식함으로써 유발된다. 수치심은 자기 외부의 규범을 내면화한 자신의 시선과 자기 바깥에 존재하는 타인의 시선이라는 계기를 동시에 갖는다. 개인의 사생활이 대중매체를 통해 하나의 오락으로 변모하는 시대였기에 남성들은 자신의 비밀이 폭로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속에 놓이게 되었다. 남성의 성적 불능은 ‘이혼 소송’과 같은 사건의 서사화로서 사적 공간을 벗어나 공개되었다. 구경거리가 된다는 것은 타자화된 신체의 증명과 다름없었으며, 결국 남성들의 수치심이란 정상성에 동일시할 수 없는 자기 신체에 관한 의식으로부터 솟아 나오는 감정이었다.

키워드

남성성, 신체, 성적 쾌락, 성적 불능, 수치심, 타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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