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논문은 초기불교 경전에 나타나는 깨달음의 돈점 문제를 다룬다. 깨달음이란 인식의 전환을 통해 ‘괴로움이 소멸된 상태’에 이르게 해준다. 초기불교에서는 이것이 발현되는 양상에 관해 근기에 따른 차이를 인정한다. 정형화된 하나의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르게 체험되는 깨달음의 사례에 대해 언급한다. 이러한 초기불교의 입장에서 볼 때 돈점을 둘러 싼 편 가르기방식의 경직된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초기불교의 깨달음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바로 그러한 다양성이야말로 오히려 본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제 아래 필자는 깨달음에 해당하는 다양한 용어들을 살펴보았다. 깨달음(bodhi), 완전한 지혜(aññā), 반야(paññā), 지혜(ñāṇa), 두루한 앎(pariññā)과 체험적 앎(sacchikiriyā), 뛰어난 앎(abhiññā), 밝은 앎(vijjā), 깨어있음(anubodha) 등이 그것이다. 이들 중에서 일부는 궁극적인 완전한 깨달음을 지칭하며 다른 일부는 일상적인 차원에서 발현되는 인식의 전환을 묘사한다. 또한 필자는 초기불교를 대표할 만한 깨달음 사례로서 붓다가 밝힌 위없이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無上正等正覺, anuttara-sammā-saṁbodhi)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전법륜품에서는 이것을 사성제의 실현으로 풀이하며, 또한 고성제·집성제·멸성제·도성제에 이르는 점차적인 과정으로 묘사한다. 필자의 고찰에 따르면 고성제의 실현은 두루한 앎(pariññ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깨달음의 차원에 속하고, 집성제의 실현은 끊음(pahāna)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닦음의 차원에 배속된다. 또한 멸성제의 실현은 체험적 앎(sacchikiriy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깨달음의 영역에 속하고, 도성제의 실현은 그 자체로서 닦음(bhāvanā)의 영역에 해당한다. 필자는 이러한 사성제의 실현 과정이 확립된 절차로 나타나며, 더불어 시간적인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것을 통해 필자는 사성제를 내용으로 하는 위없이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이란 점오이며, 반복되는 선오후수(先悟後修) 혹은 두 겹의 돈오점수(頓悟漸修)의 구조를 취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필자는 한국불교의 돈점논쟁은 한국불교만의 고유한 사정을 반영하며, 한국불교의 강인한 생명력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이 건전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초기불교 당시의 가르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불교의 돈점논쟁에서 핵심이 되는 질문은 “깨달음 이후 또 닦아야 하는가.”이다. 이것에 대해 보조지눌은 “몰록 깨달음을 얻고서 차례로 닦아 나간다.”라는 돈오점수를 내세웠고, “깨달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참된 닦음이란 있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눌의 주장은 사성제를 실제 내용으로 하는 초기불교의 위없이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 사례에 형식적으로 일치한다.

키워드

초기불교, 사성제, 돈오, 점오, 돈오점수

참고문헌(31)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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