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용병과 시민병은 존립 기반은 물론 지향하는 바, 즉 전쟁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있어서 서로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 전자는 보수를 받기 위해 싸우는 것이고, 대의나 대상이 무엇인지 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안 되며 침략적, 호전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더한 질곡은 용병의 발호가 그들 상호간의 끝없는 권력 투쟁과 갈등을 야기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 반면 시민병은 전쟁을 직업으로 하지 않고 최소한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므로, 많은 경우 그 주요 목적이 불가피한 방어전에 그치므로 무력의 증강이나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파커는 초기 참주와 후기 참주를 구분하여 전자는 개인의 신변을 보호하는 것이나 후자는 영토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자가 아니라 후자에 대해서만 호전적(military) 혹은 군국주의(militarisn)라는 용어를 적용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무력의 적용이라는 원리적 측면에서 볼 때 전자도 후자와 크게 다른 점이 없으며, 오히려 후자는 전자의 선례가 확대 적용된 것일 뿐이다. 참주의 호위병은 시민 출신이라 하더라도 시민병이라고 하기 어렵다. 군역의 대가로 참주로부터 보수를 지급 받는다면 방어를 스스로의 의무로 하는 시민병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들이 보수 없이 강제로 차출되었다고 한다면, 전제 왕권 하의 의무병과 같은 것이니 그도 역시 시민병인 것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기원전 4세기에 들어 마케도니아에서는 시민병이나 용병이 아닌 새로운 종류의 상비군이 조직되었다. 필리포스 2세의 군사개혁은 군사력을 강화하나 비싼 보수를 주어야 하는 용병이 아니라 다소간에 강제적으로 차출되는 의무병을 중심으로 하여 상비군을 조직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자유민과 예속민의 중간 지위에 있는 병사들로 전제적 왕권 하에 있는 페르시아 인과 공통점이 없지 않다. 시민병, 용병, 그 외 강제 차출되는 상비군이 혼합되었던 것으로 상비군에게는 당연히, 용병은 경우에 따라, 무기 등이 국가에서 지급되었던 것이라 하겠다. 이렇게 고대 그리스의 시민병을 오합지졸로 폄하하고 보수를 노리는 직업용병을 효율적인 조직과 전술을 가진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할 것이 아니다. 권력과 영토의 확장을 꾀하는 전제적 왕권 하에서 강제적으로 차출되는 상비군은 민중의 자유를 억압하고 세금을 착취하는 것이었다. 특히 참주와 그 권력의 유지에 봉사하는 용병은 민주파와의 갈등은 물론 그들 간의 상호 충돌을 야기함으로써 사회를 맹목적으로 호전적, 침략적, 만성적인 전쟁과 분열의 상태로 몰아갈 위험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대 그리스 용병의 횡행을 공급-수요의 원칙에 준하는 경제적 현상의 하나로 간주하려는 현대적 해석은 전쟁을 부득이한 사회 현상으로 정당화하고, 또 권력과 재물을 지향한 인간 탐욕에 대한 반성을 무디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키워드

시민병, 용병, 상비(의무)병,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 페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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