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청나라 수도 瀋陽에는 병자호란 이후 조선에서 잡혀 온 포로와 인질, 분주히 오가는 사신들이 머물렀다. 침략과 패배를 겪은 조선인에게는 특수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본고에서는 심양에 억류되었던 조선의 세 重臣인 김상헌, 최명길, 이경여를 중심으로 심양살이의 실제와 의미를 살펴보았다. 특히 ‘척화(=항전)와 주화’의 당사자들이 심양에서 같은 곳에 구금되어 서로 이해하고, 그 경험이 이어지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심양은 치욕과 분노의 공간이기도 했지만, 현실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은 서로의 마음만 쳐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병자호란 전후의 노선을 ‘經權’의 관점에서 풀었던 김상헌과 최명길은 심양 구금 생활을 통해 오해를 풀고 정당성을 얻었다. 여기에 이경여도 간여하면서, 현실 대응이 달랐을 뿐 명분과 지향은 같았다는 인식에 도달하였다. 심양의 경험은 이후 송시열, 남구만, 이민서, 김수항, 김수증 등 세 중신의 후손이자, 조선의 정치-사상계의 주역들에게 전해졌다. 김상헌은 의리의 표상을 굳건히 하였고, 최명길은 한켠의 의심을 씻고 나라를 구한 공을 인정받았으며, 이경여는 온후함으로 이들 사이의 지렛대가 되었고 復讐雪恥의 또 다른 기둥으로 떠올랐다. 심양의 영향은 이들 중신 집안의 혼인과 교유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己巳士禍와 갑술환국을 거치면서 심양의 경험과 기억은 파탄났다. 최명길의 손자 최석정이 김수항의 賜死를 주도했던 오시수 등을 천거하여 등용한 일이었다. 김수항의 아들 김창협, 김창흡은 최석정에게 절교 편지를 보냈다. 이 절교는 20여 년 뒤 최명길의 손자 최석항이 앞장서서 김상헌의 증손자 김창집 등과 이경여의 손자 이건명, 이이명 등을 무고하게 죽이는 신임사화에서 더 악화된 모습으로 재현되었다.

키워드

심양, 김상헌, 최명길, 이경여, 최석정, 김수항, 경권, 복수설치, 기사사화, 갑술환국, 신임사화

참고문헌(39)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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