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명나라 사신들이 한양에 머물 때, 그들에게 한강 유람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접대 행사였다. 이때의 한강 유람은 왕실 소유의 漢江樓(濟川亭)에서 거창한 연회를 펼친 뒤, 배를 타고 楊花渡와 蠶頭峰 일대를 거쳐 다시 왕실 소유의 望遠亭(喜雨亭)에서 마무리 연회를 갖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명나라 사신들은 조선 문인들과 詩를 수창하며 한강의 풍경과 개인적인 흥취를 표현하였다. 또한 일부 명나라 사신들은 한강 유람이 끝난 뒤, 그 여정을 記文으로 표현했다. 이에 명나라 사신들은 기문을 지을 때, 사신의 본분을 잃지 않으려는 자의식을 견지하면서 한강 유람의 여정과 그 풍광의 아름다움 및 개인적인 흥취를 서술하였다. 그중에서도 이른 시기에 한강 유람을 했던 倪謙의 「漢江遊記」와 祁順의 「漢江記」는 절제된 내용과 정형화된 구성을 바탕으로, 풍경 묘사와 개인적인 흥취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소극적이었다. 반면에 사행이 어느 정도 관례화 된 뒤에 한강 유람을 했던 華察의 「遊漢江記」와 王夢尹의 「漢江船遊圖記」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내용과 파격적인 구성을 바탕으로, 풍경 묘사와 개인적인 흥취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 그에 비해서 명나라 사신들이 한강 유람을 하면서 지은 시작품들은 순간적인 풍경의 포착과 즉각적인 흥취의 표출이 두드러졌다. 다만 유람의 방식과 그에 따른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작품들이 동일한 시적 제재를 바탕으로 비슷한 형상화 방식을 띨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작품들은 율시의 對偶法과 章法을 공교롭게 구사하는 가운데 풍경 묘사와 서정 표출을 적절하게 가미함으로써 개성적이고 수준 높은 意境을 창출하였다. 그리하여 이러한 작품들은 당시 조선조 문인들에게도 큰 문학적 자극이 되었다. 또한 한명회는 사신의 신분으로 중국에 가서 狎鷗亭이라는 이름과 그에 관한 기문을 예겸으로부터 받아내었다. 이후 두 번째 사행에서는 명나라 문인들로부터 압구정에 관련된 시도 받아내었다. 이는 결국 개인 소유의 정자인 압구정이 명나라 사신들에게 한강변의 명소로 여겨지는 계기가 되었다.

키워드

명나라 사신, 한강 유람, 漢江樓(濟川亭), 楊花渡, 蠶頭峰, 望遠亭(喜雨亭), 狎鷗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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