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글은 ‘명랑’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명제가 대중문화를 규율하던 1960년대, 코미디 영화가 명랑과 저속의 이분법에 따라 규정되는 동시에 그 경계를 흩뜨리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1960년대 후반 코미디는 ‘코미디’이기 때문에 용인되는 ‘저속함’과 ‘저속’하기 때문에 용인될 수 없는 ‘코미디’라는 모호한 검열의 언어 안에 놓여 있었다. 코미디는 “명랑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동원되는 한편, “명랑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삭제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코미디의 역설적 위치는 검열을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1960년대 검열이 코미디를 ‘명랑’과 ‘저속’으로 이분화하는 문제는 라디오코미디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그 중심에 서영춘이 있었다. 서영춘은 1960년대 전반에 걸쳐 방송윤리위원회에서 가장 많은 주의, 경고 조치를 받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검열로부터 저속하다고 혹평 받는 서영춘의 코미디는 팬덤을 형성했고 서영춘은 이를 바탕으로 영화에 진출, <여자가 더 좋아>(1965)의 성공으로 원톱 주연이 가능한 스타 배우가 되었다. 이 논문은 <여자가 더 좋아>, <오대복덕방>(1968), <내 것이 더 좋아>(1969) 세 편의 영화 검열 사례를 통해 서영춘 코미디가 ‘명랑’과 ‘저속’으로 구분되고 위계화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그 모호한 구별짓기의 경계 및 작동 방식을 검토함으로써 서영춘 코미디의 ‘불온함’을 맥락화하고자 했다. 서영춘의 코미디는 성정체성이 모호한 여장 남자, 시골에서 올라온 노동계급의 남성, 비속어와 욕설, 성적 뉘앙스가 담긴 저급한 언어의 사용 등으로 ‘저속’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정서의 규율’로서의 ‘명랑’과 ‘건전’을 벗어나는 위반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기도 했다. 서영춘의 “그로테스크한 신체”와 하층 계급 남성의 ‘상’스럽고 생생한 언어는 “성스러운 것, 두려운 것, 권력, 지배체제”로부터의 “해방”을 선사해주는 것이자 ‘불온한’ 공범자로서의 웃음을 주는 것이었다. 검열이 규정한 서영춘의 ‘저속함’은 자본주의적 매체들을 통해 전파되면서 위로부터의 ‘명랑’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명랑’을 구현했다. 그럼으로써 위반의 쾌락과 그로테스크한 웃음을 근간으로 했던 서영춘 코미디는 ‘명랑하라’는 시대적 명제와 더불어 공생할 수 있었다.

키워드

건전, 검열, 그로테스크한 신체, 명랑, 불온함, 서영춘, 위반의 쾌락, 저속, 코미디

참고문헌(18)open

  1. [기타] / <여자가 더 좋아>(김기풍, 1965) 시나리오 및 검열서류

  2. [기타] / <오대복덕방>(이형표, 1968) 시나리오 및 검열서류

  3. [기타] / <내 것이 더 좋아>(이형표, 1969) 영상, 시나리오 및 검열서류

  4. [기타] 한국영상자료원 / 2006 / 신문기사로 본 한국영화 1962~1964 / 한국영상자료원

  5. [기타] 한국영상자료원 / 2007 / 신문기사로 본 한국영화 1965~1966 / 한국영상자료원

  6. [기타] 한국영상자료원 / 2008 / 신문기사로 본 한국영화 1967 / 한국영상자료원

  7. [기타] 한국영상자료원 / 2009 / 신문기사로 본 한국영화 1968 / 한국영상자료원

  8. [기타] 한국영상자료원 / 2010 / 신문기사로 본 한국영화 1969 / 한국영상자료원

  9. [단행본] 게리 솔 모슨 / 2006 / 바흐친의 산문학 / 책세상

  10. [단행본] 이영일 / 2004 / 한국영화전사 / 도서출판 소도

  11. [학술지] 김지영 / 2014 / ‘명랑’의 역사적 의미론­ ― 명랑 장르 코드의 형성과정을 중심으로 ― / 한민족문화연구 47 (47) : 331 ~ 367

  12. [단행본] 문선영 / 2013 /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 4. 코미디 / 이론과실천

  13. [학위논문] 박선영 / 2011 / 한국 코미디영화 형성과정 연구

  14. [학술지] 박선영 / 2012 / 식민시기 “웃음의 감각” 형성과 코미디(성)의 발현❙외화 코미디 수용을 중심으로 / 영상예술연구 (21) : 11 ~ 44

  15. [학위논문] 배수경 / 2005 / 한국 영화검열제도의 변천에 관한 연구 : 정권별 특징과 심의기구의 변화를 중심으로

  16. [단행본] 오영숙 / 2013 /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 4. 코미디 / 이론과실천

  17. [학술지] 이봉범 / 2008 / 1950년대 문화 재편과 검열 / 한국문학연구 (34) : 7 ~ 49

  18. [학술지] 조준형 / 2014 / 박정희 정권 후반기 영화와 섹스 그리고 국가 - 독일 성교육영화 <헬가>의 수입과 검열과정을 중심으로 / 한국극예술연구 (45) : 163 ~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