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백민석 소설은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실험적인 시도로 주목 받았으며, 그러한 시도는 주로 현실에 대한 저항과 전복으로 해석되었다. 본 논의는 이와 같은 저항과 전복의 해석으로 설명되지 않고 남아 백민석 소설의 타자성을 해명하고자 하였다. 백민석 소설 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와 『헤이, 우리 소풍 간다』의 서사 양태를 민담의 서사 양태와 비교하고 그 결과를 화용론적으로 해석하였다. 설화의 세 형식인 신화, 전설, 민담 중 민담은 근대의 기획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서사 양식이다. 근대는 이성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기획인 반면 민담은 기원을 해명하려는 시도와 무관한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민담은 근대와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하지만 근대에 대한 저항의 형식으로 해석되지 않은 서사 양태를 보여준다. 백민석의 소설을 이와 같은 민담의 서사 양태로 분석할 때 근대에 대한 저항과 전복으로 포섭하지 못하고 남겨진 타자성을 해석할 수 있다. 민담의 대표적인 서사 양태는 극단성과 일차원성이다. 이 두 서사 양태는 두 소설에서 각각 설명하지만 설명하지 않는 서사와 설명하지 않지만 설명하는 서사로 나타난다. 화용론의 층위로 언어를 논하며 들뢰즈는 모든 언어를 명령어로 보았다. 이 논의에 동의할 때 소설은 명령어들의 연쇄이다. 근대의 소설에서 언어의 대표적인 명령은 “왜 그러한지 설명하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앞의 두 양태로 설명되는 서사는 모두 이러한 명령어와 관계없이 진행된다. 왜 그러한지 설명하지만 설명하지 않거나, 왜 그러한지 설명하지 않고 다른 설명으로 연결되며 독자獨自적인 서사를 보여준다. 독자獨自적인 서사 는 근대의 민담을 비인간, 비현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 저능과 무능으로 보여준다. 기원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근대의 자장으로부터의 자유를 서사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유는 비인간, 비현실, 저능과 무능이 근대 현실에 대한 비판이나 대응항으로 존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비인간, 비현실, 저능과 무능은 근대의 명령어로부터 독자獨自적인 서사를 만든다. 이러한 독자獨自적인 서사는 그 내용과 효과 이전에 서사의 형식 그 자체로 자유를 보여준다.

키워드

백민석,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독자獨自적 서사, 서사 양태, 민담, 일차원성, 극단성, 자유, 비인간, 비현실, 저능, 무능, 근대, 기원. 사회적 언표, 문화적 언표.

참고문헌(21)open

  1. [학술지] 백민석 / 1992 / 내가 사랑한 캔디 / 문학과 사회 8 (2)

  2. [단행본] 백민석 / 1996 / 내 사랑 캔디 / 김영사

  3. [단행본] 백민석 / 1995 / 헤이, 우리 소풍 간다 / 문학과 지성사

  4. [단행본] 백민석 / 1997 /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 문학과 지성사

  5. [단행본] 백민석 / 2000 / 목화밭 엽기전 / 문학동네

  6. [단행본] 백민석 / 1998 / 불쌍한 꼬마 한스 / 현대문학

  7. [단행본] 백민석 / 2001 /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 문학동네

  8. [단행본] 황종연 / 2001 / 비루한 것의 카니발 / 문학동네

  9. [단행본] 신수정 / 2003 / 푸줏간에 걸린 고기 / 문학동네

  10. [단행본] 복도훈 / 2010 / 눈먼 자의 초상 / 문학동네

  11. [단행본] 서강여성문학연구회 / 2001 / 한국문학의 환상성 / 예림기획

  12. [단행본] 최연숙 / 2006 / 민담 ‧ 상징 ‧ 무의식 / 知&智(지앤지)

  13. [단행본] 김인환 / 1993 / 상상력과 원근법 / 문학과 지성사

  14. [단행본] 김인환 / 1994 / 비평의 원리 / 나남

  15. [단행본] 막스 뤼티 / 2005 / 유럽의 민담 / 보림출판사

  16. [단행본] 카트린 푀게-알더 / 2009 / 민담, 그 이론과 해석 / 유로서적

  17. [단행본] 블라디미르 프로프 / 2009 / 민담 형태론 / 지식을만드는지식

  18. [학술지] 최애영 / 2008 / 엽기의 미학적 개념화를 위한 탐색 -잔혹성과 공포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을 향하여- / 대중서사연구 (20) : 201 ~ 232

  19. [학술지] 최애영 / 2004 / 데카르트에서 카조트 사이에 등장한 악마의 운명 : 욕망의 복권에서 새로운 은폐로 / 불어불문학연구 (60) : 427 ~ 464

  20. [학술지] 최애영 / 2009 / 공포와 잔혹성의 판타지, 그리고 그 형상화 -백민석의 『목화밭 엽기전』에 대한 정신분석적 독서- /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13 (3) : 439 ~ 466

  21. [학술지] 최애영 / 2009 / “모자이크 처리된” 목화밭의 수수께끼 : 공포와 잔혹성의 판타지 / 시학과 언어학 (17) : 167 ~ 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