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만화, 소설, 청소년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 사이에서 유쾌하고 건전한 내용을 다루는 장르 코드로 활용되고 있는 어휘 ‘명랑’은 한국, 일본 등지에서만 사용되는 독특한 의미장을 지닌 개념이다. ‘명랑’은 또한 일제강점기 총독부의 군국주의적 총동원 체제가 표방하는 체제 선전의 슬로건이자, 1960년대 군사정권이 국가주의적 규율담론을 습속화하기 위해 실시한 사회 운동의 기표이기도 했다. 한국 역사에서 ‘명랑’이라는 어휘가 지닌 독특한 의미장과 시대마다 빚어지는 의미의 차이는 ‘명랑’이란 용어의 함의와 ‘명랑’을 표방하는 장르의 코드가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정치적 힘들 속에서 한국 사회와 관계 맺어 왔음을 알려 준다. 1950년대 ‘명랑소설’의 ‘명랑’과 1970년대 ‘명랑만화’의 ‘명랑’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처럼, 1980년대 대유행했던 MBC TV 프로그램 ‘명랑운동회’의 ‘명랑’과 일제 식민지 체제의 ‘조선 명랑화 프로젝트’의 ‘명랑’ 사이에는 일정한 간극이 존재하는 동시에, 연속적인 정치적 권력의 구도가 또한 숨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세 시대 날씨, 소리, 성격, 용모, 자연환경의 긍정적 측면을 두루 지칭했던 어휘 ‘명랑’은 일제강점기 국가주의적 규율 담론의 기표로 전환되면서 인간 성격과 사회 환경을 가리키는 말로 변모했으며, 이 변화를 통해 발생한 어휘의 이데올로기적 함의는 어휘의 주도권이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옮겨 갔던 1950년대를 지나 1960년대 군사정권이 권력을 잡으면서 새롭게 부활했다. 1960년대 ‘명랑’이 일상의 습속을 정서적 차원에서부터 규율화하는 사회정치적 언표이면서, 국가주의적 생활 윤리를 유쾌하고 즐거운 감성으로 서사화하는 ‘건전’ 장르 코드인 동시에, 질 낮은 하위문화의 일부를 구성하는 ‘저급’ 장르 코드라는 혼종적 의미를 동시에 띠게 되는 것은, 이 같은 규율담론에 ‘순응/저항’했던 대중적 반응의 결과였다. ‘명랑’이라는 기표가 지닌 이 같은 문제적 지점에 주목하면서, 이 글은 개념의 의미란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운동’하는 것이라는 전제 아래, 어휘의 의미 변화를 인간 행위의 실천과 사회문화적 길항관계 속에서 역동적으로 고찰하여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개념사 방법론을 통해 ‘명랑’의 역사적 변화과정을 구성하고자 했다. 대중서사 작품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작품 내적 미학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대중적 호응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문화적 공통감각에 대한 이해 속에서 규명되어야 함을 고려할 때, ‘명랑’의 함의에 관한 개념사적 고찰은 명랑의 장르 코드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변천해 왔는지를 올바르게 규명할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의 하나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명랑서사의 구조 및 사회적 기능을 본격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이라 할 것이다.

키워드

개념사, 대중서사, 대중문학, 명랑소설, 명랑만화, 장르, 코미디, 문화사, 일제강점기, 식민지 규율담론, 1950년대, 1960년대.

참고문헌(17)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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