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비판이론의 전통에 속한 이론가들은 이론이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현저한 괴리를 드러낼 때 과감하게 그 이론의 권위를 문제 삼고 새로운 이론을 모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화용론과 관련해 하버마스 역시 비판 정신에 따라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을 설명하는 시도를 수행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곧 그는 의사소통을 비판이론의 핵심적 기반으로 삼고 독백적인 의식철학을 벗어나 상호주관적으로 소통하는 패러다임을 정립한 후 과감하게 언어적 전환(linguistic turn)을 수용하고 그 전환을 구체화하기 위해 다양한 화용론적 시도들과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그 결과 그는 선험 화용론에서 출발해서 보편 화용론을 거쳐 형식 화용론(formal pragmatics)으로 논의를 점차 정교화해 나가게 된다. 이로써 비판이론은 그 이전에는 예상치도 못했던 새로운 분야인 화용론과 만나게 되었고 그 결과로서 의사소통을 패러다임으로 하는 새로운 비판 철학을 수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화용론은 하버마스가 비판이론의 방법론으로 가다듬는 과정에서 흥미롭게도 또 다른 실천 이론 전통에서 비슷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하버마스는 어쩌면 비판이론이 전통에 매여 놓칠 수도 있었던 화용론이라는 현대의 주요한이론적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길을 비판이론에 열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관건은 비판이론이 이 같은 성과를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점에 있다 할 수 있다.

키워드

화용론, 비판이론, 언어적 전환, 담론, 발화수반적 행위, 타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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