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논문은 다산 정약용의 忠恕論을 그의 수양론과 어떻게 정합적으로 이해 가능한가를 궁구하였다. 기존 연구에서 다산이 주자의 충서론에 대해 가한 비판의 초점이 충선서후에 있다는 점과 이러한 주자적 이해, 즉 충을 서의 선결조건으로 이해하게 될 때 수양의 측면에서 사회적 관계보다는 자기 내면으로 침잠하게 되는, 도덕적 이기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점이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주자와 다산의 충서론의 차이로 제시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주자 자신도 당시 불가의 수양론이 자기를 극복하는 공부, 즉 사욕을 극복하는 데에는 충분하지만, 사회적 관계를 끊고서 인륜을 저버리고 자기 내면으로만 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산은 그의 경학에서 누차 내면의 천명, 즉 도심 없이는 한 터럭의 선도 이룰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을 행하는 방법으로 제시된 恕라는 도덕 원칙에도 어떤 식으로든 이 내면의 양심에 주목하는 공부가 관련되어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 필자의 문제의식이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들을 주장하였다. 첫째, 恕, 즉 ‘기소불욕, 물시어인’은 타인에게 적용되는 추기급인推己及人으로서의 도덕 원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수양하는 自修로 이해된다. 여기서 ‘기소불욕’은 도심에 의해 주어지는 도덕적 명령이다. 둘째, 다산의 주자 수양론 비판의 초점은 주자의 미발 공부에 있다. 다산이 미발 개념을 희노애락 등의 미발로 한정하고 심지사려 등의 이성적 사유 능력이 운용 가능하다고 재정의함에 따라 恕를 통한 자기 수양이 미발인 때에도 가능하게 되었다. 셋째, 다산의 도심은 내면의 하늘의 명령[天命]이며 행위의 선함은 이 도심을 통해서야 이루어진다. 필자는 ‘기소불욕’, 즉 ‘바라지 마라’(혹은 ‘하지 마라’)라고 명령하는 내면의 소리가 인을 행하는 원리, 즉 恕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키워드

정약용, 忠恕, 誠, 敬, 道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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