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글은 인간의 욕망과 행복에 대한 鄭道傳(1342~1398)의 관점을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다. 행복의 표준과 관련하여서는 3가지의 주요 이론이 존재한다. 가장 많거나 가장 좋은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를 표준으로 삼는 쾌락주의, 바라는 만큼 욕구가 충족된 상태를 표준으로 삼는 욕구이론, 개인의 선호와는 상관없이 객관적인 조건을 표준으로 삼는 객관적 목록이론이 그것이다. 이를 다시 좁혀 본다면, 욕구를 만족시켰을 때 행복해진다는 발상과 어떤 객관적 가치가 실현되었을 때라야 행복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 분류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고대의 많은 사상들은 욕구의 만족과 객관적 가치의 실현을 일치되는 일로 이해한다. 정도전이 보기에 불교와 도교는 행복을 개인의 욕구만족으로 이해하며 각각 마음의 淸淨과 氣의 寧靜을 이루는 것을 행복의 경지로 간주한다. 마음의 절대적 실재성에 주목하는 불교는 육신으로부터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 마음의 淸淨 상태를 이루고자 한다. 도교는 氣의 寧靜을 이룬 상태를 행복으로 간주하여 마음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한다. 마음의 부질없는 판단이 氣의 寧靜을 깰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정도전은 성리학의 입장에서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관련하여 理의 특별한 위상에 대해 주목하는데, 理란 사람에게 당위로서 주어진 것이면서 마음의 욕구로 발현된다. 理가 사람에게 당위일 수 있는 까닭은 사람의 육신이 理라는 원리에 따라 생성되었고, 사람의 마음에 이 理가 仁義禮智라는 품덕으로 내재하여 감정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정도전은 우리가 마음과 몸으로 이 공공의 원리를 최대한 구현해내는 것이 최상의 행복이라고 여긴다. 잠재된 당위의 원리를 온전히 실현하는 데서 행복을 얻는다고 본다는 점에서 정도전의 행복론은 욕구만족을 행복으로 보는 관점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정도전은 유교의 전통에 따라 仁, 義, 禮, 智와 같이 공공의 원리에 해당하는 목록들을 진정한 행복을 얻는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이 인의예지를 객관적으로 주어진 규범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현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억제할 수 없는 도덕감정’이 인의예지의 규범성을 담고 있다고 본다. 원래 유교는 衆人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억제할 수 없는 도덕감정’을 바탕으로 더 나아가 君子만이 알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도덕 감정의 규범체계로까지 발전시켜 나가려고 하였다. 이러한 일관성과 연속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陸象山이나 王陽明의 이른바 心學으로 기울게 되는데, 반대로 그것을 부정할 경우 유교는 禮 지상주의가 되어버린다. 心學은 내면의 도덕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최고의 행복을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셈이고 禮 지상주의는 객관적인 禮法을 따르고 지킬 수 있을 때 인간은 진정한 행복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성리학은 이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서 조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겠지만, 현실에서는 대체로 어느 한쪽으로 경도되는 모습을 드러낸다. 정도전의 경우 인간에게 가장 본질적인 것이 무엇이냐의 문제를 인간의 궁극적 본성은 무엇인가를 묻는 방식으로 대답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유교의 규범들과 인간의 궁극적 본성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는다는 점을 중요하게 부각시켰다. 사람이 자신의 도덕적 본성을 최대한 만족시킬 때 그것이 바로 객관적 규범에도 맞으며 그 상태가 바로 최고의 행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키워드

정도전, 생사, 행복, 욕망, 유교, 불교, 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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