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연구는 김삼의당을 중심으로 여성 한시문에 나타난 ‘공간’으로서의 ‘집’을 고찰하였다. 삼의당에게 공간은 집과 외지로 나뉘며, 집에서는 방과 부엌이 중요한 공간이다. 시골의 몰락양반 출신인 삼의당에게 규방은 ‘공부 방〔鷄窓〕’이었다. 서적을 통해 규범을 배우고, 유학적 사고를 쌓아, 남녀유별을 바탕으로 어진 사람이 되어 언젠가는 세상에 쓰이게 될 것을 기대하는 공간이었다. 혼인을 통해 규방의 기능은 확장되어, 남편인 담락당을 대리자로 입신양명을 기대하였다. 이는 영친(榮親)일 뿐 아니라, ‘자신의 소망’이고 ‘자신을 즐겁게 하는 일’이었다. 규방은 담락당의 과거 준비 기간 동안 쓴 시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다. 또한 시부모의 큰방, 마을과 연결되며 담락당의 외지와 구별된다. 외지는 삼의당에게는 상상의 공간이며 규방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이에 그는 담락당에게 추야장을 금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과거급제를 권면했다. 삼의당은 이 시기에 많은 시를 지었으며, 규방의 ‘추야장’을 노래하여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이는 사대부 여성 작가에게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다. 그는 유학적 덕목을 지닌 자신이 집안에서 견문하고 겪은 일을 정(情)에 맡기어 시문을 썼는데, 뒷날의 본보기가 되리라 했다. 집안을 위해 살면서 ‘마음에 쌓인 것이 드러난’ 것이니 세상에 내놓을만하다는 것이다. 결국 삼의당의 규방은, 규범의 공간이며 동시에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공간으로서의 이중적 기능을 하였다. 부엌은 다른 여성 작가의 시문에서는 별다른 위치를 차지하지 않지만 삼의당에게는 중요한 공간이다. 부엌은 과거를 보러 서울로 가는 담락당을 위해 밥을 짓는 공간이지만 그 일은 여종의 몫이었다. 그러나 담락당이 과거에 실패한 뒤 부엌은 삼의당의 노동 공간, 특히 효의 실천 공간이 되었다. 또한 집안을 위해 접빈객을 하는 노동 공간으로 확장된다. 곧, 부엌은 타인을 위한 공간이었다. 삼의당의 부엌은 17세기-19세기 사대부에게서 찾아진다. 음식을 만드는 것 이상의 장소로, 여성 덕목의 실천 공간이자 가정을 수호하는 신성한 공간이었다. 또한 몰락한 가문일수록 여성의 부엌일을 중요하게 여겼다. 효를 기반으로 한 희생을 통해서 사대부 가문의 위상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나아가 삼의당의 부엌은 남편의 형제들이 효를 수행한 공간으로 확장된다. 특히 독락당이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조리했음을 강조했다. 삼의당은 이를 부부유별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 ‘효행’이라고 평가했는데 그 근거는 『소학』이었다. 이는 다른 사대부에게서도 드러나는데 몰락한 집안에서 더욱 강조된 덕목이었다. 결국 여성의 공간이었던 부엌은 아이러니하게도 효를 이행하는 공간이 되어, 가문을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가 되었던 것이다. 그의 규방과 부엌은 나아가 이를 품은 ‘집’이라는 공간은 조선후기 몰락 양반가 여성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보편성과 특수성을 획득한다.

키워드

김삼의당, 공간, 집, 방, 규방, 부엌

참고문헌(21)open

  1. [단행본] 金樂行 / 九思堂集 / 한국고전번역원

  2. [단행본] 朴趾源 / 燕巖集 / 한국고전번역원

  3. [단행본] 尹鑴 / 白湖全書 / 한국고전번역원

  4. [단행본] 丁若鏞 / 茶山詩文集 / 한국고전번역원

  5. [단행본] 洪萬選 / 山林經濟 / 한국고전번역원

  6. [단행본] 韓元震 / 南塘先生文集 / 한국고전번역원

  7. [단행본] 朱熹 / 小學

  8. [학술지] 김명희 / 2003 / 김삼의당 시와 문의 고찰 / 온지논총 9 : 7 ~ 34

  9. [단행본] 김미현 / 2013 / 한국어문학 여성주제어 사전 4-공간과 사물 / 보고사

  10. [단행본] 김지용 / 2002 / 한국 여류한시의 세계 / 여강출판사 : 1 ~ 684

  11. [단행본] 김지용 / 2005 / 한국 역대 여류한시문선 (상) / 명문당 : 1 ~ 448

  12. [단행본] 김지용 / 2005 / 한국 역대 여류한시문선 (하) / 명문당 : 1 ~ 972

  13. [학술지] 맹영일 / 2009 / 三宜堂 金氏의 漢詩 硏究 / 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19) : 277 ~ 307

  14. [단행본] 박무영 / 2004 / 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 돌베개

  15. [학술지] 박무영 / 2014 / 조선후기 韓ㆍ中 교유와 젠더담론의 변화 - ‘徐令壽閤’의 중국 반출을 중심으로 - / 고전문학연구 (45) : 207 ~ 240

  16. [학술지] 박영민 / 2016 / 金三宜堂 한시의 텍스트비평 / 한국한문학연구 (61) : 7 ~ 42

  17. [학술지] 박현숙 / 2005 / 김삼의당의 문학을 통해본 유교적 부부관계의 균열의 징후 / 한중인문학연구 1 (14) : 47 ~ 64

  18. [학술지] 이정화 / 2011 / 徐令壽閤 詩의 風格 硏究― 次韻詩를 중심으로 ― / 한국사상과 문화 (56) : 45 ~ 64

  19. [단행본] 이혜순 / 2003 / 한국 고전여성문학의 세계 산문편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 1 ~ 470

  20. [단행본] 이혜순 / 1998 / 한국 고전여성문학의 세계 한시편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 1 ~ 334

  21. [단행본] 허미자 / 1984 / 조선조여류시문전집 1-4권 / 태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