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양명은 모든 인간이 잠재적 성인이고, 진리는 모든 민중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논문은 이와 같은 양명의 親서민적 언사가 출현할 수 있었던 문제의식이 과연 어떠한 철학적․교육학적 이론근거에 바탕을 두고 출현하게 되었는가에서 시작한다. 양명은 주희의 질적 차등론이나 氣質變化論에 대해 거부한다. 그가 보기에 인간의 차등은 단지 양적 차이일 뿐이며, 聖人이 되는 까닭은 천리의 순수함에 있지 재능과 역량에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더불어 성인의 자격을 조건지움에 있어서 ‘덕의 측면’을 극도로 강조한 반면 ‘지식․문화창조자․爲政者의 측면’을 대단히 약화시킨다. 그가 ‘滿街聖人’이라고 말했을 때에는, 이와 같은 ‘덕의 완성자로서의 성인’이라는 개념이 전제되어 있었다. 곧 성인됨의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민중에게까지 확장되며, 교육대상자의 범위가 이전보다 더욱 넓혀짐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양명의 사유가 그 자신과 후학들이 지방의 학교와 향약을 통한 민중 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지니게 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주희는 增損呂氏鄕約은 지방의 유력자나 사대부들을 대상으로, 그들을 교화함으로써 향촌질서를 구축하고자 한다. 반면 양명의 남감향약의 중심대상은 민중이다. 남감향약은 마음의 문제로 사회 문제를 해결코자 하는 심학적인 색체가 다분하다. 남감향약과 증손여씨향약은 過失相規에서 확연하게 구분된다. 주희 향약의 경우, 과실자가 수치스러움을 느끼게 하여, 다음에 과실을 저지르지 않도록 유도한다. 반면 양명향약은 과실자 스스로가 자신의 과실을 깨우쳐, 惡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양명은 본래적 차원에서 성인이었던 이 사람들을 위해, 외적 규율장치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 스스로가 본래 성인임을 깨달아, 성인됨의 길을 가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즉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적 강제나 규율이 아니다. 학습자의 내면적 동기와 자발성을 끌어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양명이 바라본 진정한 교육이다. 이러한 양명의 친서민성은 그의 초기사상에서부터 나타난 新民이 아닌 親民이어야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나타난다. 양명이 보기에, ‘康誥曰, 作新民’에서의 新은 ‘~이 새롭게 된다는 自動詞’이고 在新民의 新은 ‘~을 새롭게 만든다는 使動詞’이므로 그 의미가 다르다. 또한 親民의 의미는 ‘부모가 어린 아이를 사랑하듯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로 양명은 新民이란 단지 가르침에만 집중된 개념으로 백성을 양육하고 사랑하는 의미가 소각되었기에 親民이 올바른 용어라고 주장한다. 新民의 논리는 ‘지식인 엘리트가 민중의 위에 자리하여 그들을 계도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하지만 親民은 백성들에게 억지로 善의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민중은 그들 스스로 善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렇기에 교사와 학습자는 협동하여 학습자 자신에게 담긴 진리를 스스로 끌어낼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그리고 학습자는 그 환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욕을 제거하는 공부를 진행해간다.

키워드

南竷鄕約, 滿街聖人, 民衆敎育, 聖人, 新民, 心學, 良知, 王陽明, 朱熹, 增損呂氏鄕約, 親民, 親庶民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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