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沈大允(白雲, 1806〜1872)은 우리나라 19세기 초․중반의 실학자 또는 양명학자로 규정되고 있다. 그의 양명 좌파적 성향 여부를 가늠해 보는 방편의 일환책으로, 중국 명말 陽明 左派 즉 泰州學派에 소속되고 있는 李贄(卓吾, 篤吾, 1527〜1602)와의 理欲觀을 비교 고찰해 보았다. 이지의 학문세계는 유․불․도 三敎의 歸儒說을 지향하는 가운데, 당시 정주학이 지나치게 形式․假飾化되어 시대정신을 잃어 가는 것으로 진단하고, 양명학의 致良知와 知行合一적 사상체계로서 유학의 활로를 모색함과 동시에 현실 개혁의 지침으로 삼았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의 절대적인 진리체계로서 군림하였던 유학 특히 정주학의 理學에 근거한 是非의 定論과 定質에 대해서는 또한 회의적 태도를 가졌다. 한편 한국의 심대윤은 정주학자들을 世儒라고 폄하하였고, 아울러 정주학적 사상 체계를 육칠 백년 이래 국가 사회에 해악을 끼친 要素로서 진단하였다. 그래서 그는 당시 시대적 위기 상황의 진원지로서 천주학과 성리학을 지목하고, 특히 천주학을 怪說로 규정하였다. 理欲觀 比較 考察에서, 理氣論에 대한 인식과 관련하여, 이지는 정주학의 一理와 太極의 우주론 대신에 유가 경전 『주역』에 근거하여 음양 二氣, 남녀 二命인 夫婦를 만물 생성의 단서로 삼았다. 한편 심대윤 역시 『주역』에 기반하여 성리학의 理 본체론을 부정하고 太極과 陰陽의 氣에 기초하여 ‘太極卽理’대신 ‘太極卽氣’, ‘性卽理’대신 ‘性卽氣’를 齊唱하였다. 人欲의 肯定과 理․欲의 統一 문제와 관련하여, 이지는 聖人도 富貴와 勢利를 추구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하늘로부터 받은 자연의 이치라고 주장하였다. 한편 심대윤은 정주학도들을 世儒라고 폄하하고 그들의 假道學的 僞善 행위를 비난하면서, 인간이 名利를 추구하는 것은 하늘이 命하여 준 인간의 본성이며,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고 하였다. 公利와 私利의 문제와 관련하여, 이지는 교조화된 정주학의 공사론을 거부하고, 마음을 가진 인간으로서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추구는 절대적으로 당연한 자연의 이치라는 것과 획일적인 국가의 공적 의무로만 인간의 능력을 자발적으로 유도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심대윤은 천하의 大公益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못지않게 개인 私家의 小公益도 존중되어져야 하며, 유가의 이상주의적 대동 사회가 지향하고 있는 公私의 진정한 가치론은 공과 사의 동등한 범주를 넘어, 개인적인 私親과 私益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에 있다고 하였다. 위에서 본 바, 심대윤과 이지의 학문·철학·사상적 세계관에는 많은 부분 유사한 점들을 담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차별적 세계관 또한 없지 않다. 먼저 이지는 서양 천주학에 대한 입장에서 마테오리찌와 교유하는 등의 일면 호감을 가진 반면에 심대윤은 천주학을 怪說 혹은 異端書로 규정하고 있으며, 우주 본체론의 경전적 근거를 『주역』에 두면서도, 이지는 태극의 일원론을 부정하고 陰陽·夫婦·天地라는 이원론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에, 심대윤은 太極卽氣라고 주장하여 일원론적 세계관에 머물고 있다. 利欲의 긍정과 公私의 문제에 있어서도,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서로가 같은 길을 가면서도, 이지는 지나친 개인의 私的 가치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심대윤은 ‘與人同利’가 곧 ‘義’라는 도덕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같이 심대윤과 이지의 사상 체계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는 가운데서도 차별성이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지는 전반적으로 급진적이고 과격한 인생관과 학문세계 및 정치관을 가진 반면에, 심대윤은 전통 유학자적 세계관내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서 매우 점진적, 합리적, 현실적인 인생관과 정치관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로 볼 때, 심대윤의 19세기 양명학적 실학사상 체계를 이지와 같은 양명좌파적 성향으로 보는 것에는 일면 많은 여운을 남길 수 있다.

키워드

沈大允, 李贄, 鄭寅普, 高橋亨, 戴震, 利欲觀

참고문헌(19)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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