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S회사의 주식은 액면가 100원이나 시중에서 200,000원에 유통된다. S회사는 甲에 의하여 지배되고, 여타 주주 모두 甲에 의하여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甲은 S회사의 경영권을 低價로 그의 직계비속에게 상속시키고자 그 회사의 주식을 액면가인 100원에 발행토록 하면서, 다른 주주들로 하여금 그 주식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였고, 그 직후 그 직계비속은 액면가 100원으로 100,000주를 인수하였다. 최근 하급심 판결들은, 이 사건에서 회사에는 아무런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고, 이사들의 임무위배도 없다고 하였다. 자본거래에서는 액면가 이상의 발행이면 회사손해는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설령 회사 지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하여 신주를 발행했다 하더라도 이사의 임무위배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컨대, 주식의 시장 공정가가 200,000원인 것과는 상관없이 액면가인 100원 이상으로만 발행하면 자본거래에서는 회사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 글의 논지는 簡明하다. 하급심판결과는 정반대로, 이 사건에서 회사손해는 분명히 발생하였으며, 그러한 손해를 발생시킨 이사들은 모두 회사에 대한 임무를 위배했다는 것이다. 이 점을 논증하기 위해 다음의 점을 지적하였다. 첫째, 미국법과는 달리 우리 법에서는 이사의무의 상대방이 주주가 아니라 회사라는 점이다. 회사는 별개의 독립된 법인격이며, 회사의 順資産 증가를 방해한 것은 회사의 소극적 손해이며 이는 주주들 사이의 이해조정과는 별개의 차원이다. 둘째, 현대에는 액면가가 명목화되어 거의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액면가 이상이기만 하면 회사손해가 없다거나 이사의 임무위배가 아니라는 논리는 특정기업이나 특정인의 행위를 옹호하기 위한, 논리를 위한 논리에 불과하다. 셋째, 하급심판결은 회사의 법인격을 편의에 따라 자의적으로 설명하였다. 회사의 독립된 법인격 인정은 상법상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임에도 유독 이 사건에서만큼은 형식적인 것이라거나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등으로 이해해야 할 아무런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넷째, 우리 상법은 자본과 자산이라는 개념을 엄격히 준별하여 사용하고 있음에도 하급심판결은 이들 개념에 대한 혼동을 하고 있다. 자본의 측면에서는 액면가로 발행하든 공정가로 발행하든 아무런 차이도 없지만, 상법상으로는 주식을 공정가로 발행하면 자산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하급심판결은, ‘회사는 결국 자산을 많이 취득하고자 활동하는 것’이라는 가장 평범한 사실조차 애써 외면하고 있다. 영리법인인 회사는 용역이나 재화를 판매하여 자산을 많이 얻고자 활동하는 것이고, 만약 액면가가 아닌 공정가로 주식을 발행한다면 회사의 자산은 그 차액만큼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하급심판결은, ‘회사는 주주들의 사유재산’이라는 편향된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매우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회사가 주주의 사유재산이라는 인식은 과거 미국법에서의 전통적인 견해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한 데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법률과 판례는 미국과는 다르게 형성되었음을 주목하여야만 한다. 즉 회사는 주주들만의 것이 아니고, 주주손해가 없다 하더라도 회사에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위기 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회사에 대한 공적 지원을 부르짖으면서도, 다른 경우에는 사유재산으로서의 회사만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향후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만약 이런 하급심 판결의 논리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수용된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논리가 수용되는 경우 민사상 구제수단도 없다. 회사손해가 있어야만 회사는 그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든지, 또는 소수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법 제401조에 의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상법 제401조에서의 임무위배도 회사에 대한 임무위배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저가의 신주발행으로 회사가 아무리 큰 실질적 손해를 입었더라도 회사는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한 채 그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논리를 법리라는 이름으로 정립하는 것이 어떻게 올바른 경제정의나 정의로운 법감정에 부합할 수 있는가? 아니 법감정은 차치하더라도, 향후 다수 기업들이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여 회사에 귀속되어야 할 자금을 부당하게 유용하는 것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회삿돈의 부당유용이라는 범죄행위조차 자본거래라는 이름으로 합리화시킨 하급심의 논리는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그 일은 이제 대법원의 몫이다. 끝으로 피고인의 사회적 영향력에 의하여 우리의 법제가 왜곡되지 않기를 간곡히 바라면서, 200,000원으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주식을 액면가 100원에 발행하여 그의 직계비속에게 인수시키는 행위에는 회사손해도 임무위배도 없다는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그 유사한 행위가 우리 사회에 蔓延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드릴 따름이다.

키워드

자본거래, 저가발행, 전환사채, 이사의 책임, 회사의 손해, 주주의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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