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한국 근대 문화의 장에서 古都에 대한 논의는 제국주의 식민 정치의 기획과 맞물린 고고학적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평양은 경주, 부여와 더불어 대표적인 古都로 인식되지만 평양의 함의는 고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평양은 경주, 부여 등의 고도와 변별된다. 전적으로 고도로만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 명칭과 위치의 불확정성 및 실제성의 모호함, 강한 장소적 자의식 등은 평양이라는 공간을 인식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한다. 이는 식민지 시기 평양 인식이 제국의 기획인 고고학적 담론의 자장 속에서만 해석될 수 없는 이유이다. 이 글에서는 평양의 이러한 특수성에 주목하여 식민지 시기 기행문에 나타난 평양 표상에 대해 논의하였다. 특히 제국/식민의 범주에 갇히지 않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평양의 근대적 표상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먼저 고도라는 과거의 시간과 이와는 다른 현재적 시간을 축으로 하는 함수의 기울기가 평양의 표상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이를 현재와 상상 및 그 사이 지대에서의 평양으로 구분하였다. 이를 통해 평양의 복합적 의미를 1) 근대의 문명과 산업을 성취할 수 있는 진취적인 공간, 2) 근대의 타자로서 여성화된 비실재 혹은 상상의 공간, 3) 과거의 살아있는 평양과 현재의 죽은 평양에 대한 인식의 교차 공간 등으로 유형화하여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평양을 향하는 식민지 시대의 여행길에 일본인들의 낙랑의 평양, 조선인들의 단군의 평양으로 향하는 두 여행길이 대비적으로 드러남을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단군의 평양에 대한 이광수의 태도를 통해 역사적 장소에 대한 이광수의 분열적 태도도 함께 논의하였다. 마지막으로 위안과 위무의 공간으로서의 평양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특성은 조선시대의 억압된 평양의 정서와 식민지 시대 조선인들의 억압된 정서가 서로 공감하면서 형성된 것이다. 이는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평양에 대한 문화적 표상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원적 공간 혹은 조선 상고사의 공간으로서 평양은 역사적 사실성보다는 신화적 존재로 우리의 문화사에서 존재해 왔다. 신화성에 치중할 때 평양의 실체성은 큰 의미 작용을 하지 못한다. 고도라는 역사성 혹은 역사적 신화를 벗은 평양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키워드

고도, 평양, 표상, 억압된 자기, 기원, 탈정치화, 공감, 신화화

참고문헌(23)open

  1. [기타] / 민성, 백광, 삼천리, 서광, 서울, 신민

  2. [기타] / 동아일보,조선일보, 皇城新聞

  3. [단행본] 이병선 / 1982 / 한국고대국명지명연구 / 형설출판사 : 132

  4. [단행본] 박지원 / 1989 / 고전 국역 총서 / 민족문화추진회 : 55 ~ 60

  5. [단행본] 정지용 / 1994 / 정지용전집 2 / 민음사

  6. [단행본] 리타 펠스키 / 1998 / 근대성과 페미니즘 / 거름

  7. [학술지] 국성하 / 2004 /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낙랑군 인식과 평양부립박물관 설립 / 고문화 63 (63) : 109 ~ 127

  8. [학술지] 나희라 / 1992 / 단군에 대한 인식-고려에서 일제까지 / 역사비평 (21)

  9. [학술지] 박애숙 / 2011 / 사타 이네코(佐多稲���)와 조선 -「금강산에서(金剛山にて)」를 중심으로- / 일어일문학 34 (51) : 175 ~ 191

  10. [학술지] 박진숙 / 2006 / 식민지 근대의 심상지리와 {문장}과 기행문학의 조선표상 / 민족문학사연구 31 (31) : 64 ~ 93

  11. [학술지] 서기재 / 2004 / 전략(戰略)으로서의 리얼리티 - 일본 근대 <여행안내서>를 통하여 본 '평양' / 비교문학 34 (34) : 71 ~ 93

  12. [학술지] 신주백 / 2005 / 한국근현대사에서 고구려와 발해에 관한 인식 - 역사교과서를 중심으로 - / 역사와 현실 (55) : 101 ~ 130

  13. [학술지] 오태영 / 2010 / 평양 토포필리아와 고도의 재장소화 -이효석의 「은은한 빛」을 중심으로- / 상허학보 28 : 237 ~ 277

  14. [학술지] 윤내현 / 2002 / 고조선의 도읍 위치와 그 이동 / 고조선단군학 7 : 207 ~ 238

  15. [학술지] 윤내현 / 1985 / 한사군의 낙랑군과 평양의 낙랑 / 한국학보 41

  16. [학술지] 이도상 / 2009 / 고조선관련 국사교과서 내용분석 / 고조선단군학 20 : 265 ~ 327

  17. [학위논문] 이순자 / 2007 / 일제강점기 고적조사사업 연구

  18. [학술지] 이승수 / 1999 / 한국문학의 공간 탐색1 평양 / 한국학논집 33 : 99 ~ 108

  19. [학술지] 이철호 / 2010 / 근대소설에 나타난 평양 표상과 그 의미 -서북계 개신교 엘리트 문화의 시론적 고찰- / 상허학보 28 : 135 ~ 166

  20. [학술지] 정인성 / 2006 / 關野貞의 낙랑유적 조사 ? 연구 재검토 - 일제강점기「古蹟調査」의 기억 1 - / 호남고고학보 24 : 139 ~ 156

  21. [학술지] 정종현 / 2008 / 한국 근대소설과 "평양"이라는 로컬리티 / 사이 4

  22. [단행본] 최석영 / 2005 / 일본 식민사학자들의 고구려․발해인식, in 한국근대사와 고구려․발해 인식 /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 366

  23. [학술지] 허태용 / 2006 / 임진왜란의 경험과 고구려사 인식의 강화 / 역사학보 (190) : 33 ~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