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중국 근대시기 維新派 啓蒙主義 지식인의 대표인 梁啓超는 중국의 정치·사회 및 문화 분야에서의 개혁운동에 중대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에 소개된 이후 개화기 애국계몽주의 지식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梁啓超 또한 조선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졌고 또 당시 조선이 멸망해가는 상황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이를 통해 중국을 위한 교훈을 추구함으로써 일방의 수용에 그치지 않고 상호 작용하는 교류관계를 형성했다. 梁啓超는 1897년 초 처음으로 조선 언론에 소개되었고 이후 많은 저작들이 속속 전래되며 강렬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제국주의 열강의 유린에 직면한 동병상련의 현실 속에서, 그가 서구문명의 수용을 제창하고 애국계몽사상을 고취한 많은 문장들에 대해 조선 지식인들도 크게 공감했다. 그들은 梁啓超를 망국의 위기가 고조된 을사보호조약 이후부터 한일합방 직전까지의 시기에 집중적으로 소개했고 그로부터 사회진화론이나 민족주의·계몽주의 사상 등을 수용했다. 또한 梁啓超가 서구 근대 史學의 이론을 기반으로 정립한 新史學은 조선의 근대적 역사학 성립에 큰 영향을 미쳤고, 계몽주의·공리주의적 문학사상 역시 시와 소설을 중심으로 조선 문학계에 개혁 요구의 변화를 발생시켰다. 중국 근대의 민족적·국가적 위기 속에서 생성의 길을 개척해 나간 梁啓超의 성취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조선의 진보적 지식인들에게도 일종의 모범이 되었다. 때문에 조선 지식인들에게 비친 梁啓超의 모습은 주로 탁월한 식견을 지닌 선각자였으며, 또한 문장 중에 보이는 조선 멸망에 대한 동정과 애통함의 표현 등으로 인해 친근하고 우호적인 외국 인사였다. 한편 梁啓超에게 있어서 조선은 서구와의 대비 속에서 중국을 비춰볼 수 있는 특별한 타자였다. 중화제국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장래에 중국도 조선과 같은 운명에 처해질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조선에 대한 동정·관심·우려와 서운함을 복합적으로 나타냈다. 1904년부터 1911년에 집중된 관련 저작들에 보이는 조선에 대한 인식은 크게 조선의 멸망에 대한 동정, 중화사상 및 제국주의적 입장에서의 속국 이탈로 인한 상실감과 서운함, 경쟁자인 일본의 강권에 대한 견책, 망국의 근원으로 본 조선의 지배층 성향 및 국민성에 대한 비판 등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의 계몽을 위한 교훈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결국 梁啓超의 조선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서구의 민족제국주의를 순순히 수용하고 조선이라는 타자를 거울삼으려는 의식 하에 진행한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제국주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때문에 동정에서 벗어나 비난과 비판을 넘어 조소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민족존망의 위기 속에서도 개인주의적이고 대외의존적인 안일과 무지·무능에 머물며 세계사의 조류에 대응하지 못했던 조선의 상황은 여전히 패권주의가 팽배한 오늘날의 국제질서 속에서 냉철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키워드

梁啓超 수용, 조선에 대한 인식, 계몽주의, 민족주의, 망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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