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전라남도 당국이 주도하고 지역의 유림이 참여하여 간행한 『황군위문사(皇軍慰問詞)』는, 중일전쟁에 참전한 일본군의 승전을 기원하는 한편 이들의 침략 행위를 유가적 관점에서 미화하며, 조선 민중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독려하는 내용의 시집이다. 오언절구가 대다수인 시집은 전남 도내 2부 14군 185명의 시를 싣고 있는데, 이들은 시를 통해 일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침략전쟁을 성전(聖戰) 혹은 폭지에 대한 응징이라고 여긴 채 중국을 야만의 국가로 인식하고 있었다. 시집은 중일전쟁 발발 후 3개월만인 1937년 10월경에 발간된 것으로 중앙의 경학원(經學院)에서 발간한 『성전성시집(聖戰誠詩集)』(1937, 12)보다 앞서는데, 이는 중일전쟁 이후 최초로 발간 된 전쟁협력 한시집이라는 의의를 갖는다. 그리고 최초의 조선 문인의 시집으로 평가받는 임학수의 『전선시집戰線詩集)』보다 2년이나 빠른 것으로 당시 조선문단의 대응보다 지역의 유림집단의 한문학적 대응이 더욱 빨랐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시를 수록한 인물들의 인적구성 가운데 두드러지는 부분은 군수․도회의원․면협의원와 같은 지방 관료이면서 일제의 농촌수탈 기구라 평가받는 수리조합 및 금융조합에 깊이 연관된 인물들이 다수라는 것이다. 즉 유림이 지역의 관권과 경제권에 매우 밀접함을 드러내고 있다. 또 이들 중 상당수는 지역 향교에서 교임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이는 일제 말 지방 향교가 관에 의해 유지․관리되면서 사실상 지방의 식민교화기구로 전락되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이는 지역 사회에서 유림 세력과 향교가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간파한 일제가 지역의 하급 관리들을 유림으로 포섭하고 향교를 장악하여 지방 통치에 적극 활용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총동원시기 지방 유림의 대응과 협력활동의 일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굴절 된 유가 이념을 담지한 한시 창작의 일면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국문이 아닌 한자로 작성된 친일문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웅변하고 있다.

키워드

『황군위문사』, 일제 유림, 전남 유림, 친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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