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일제는 1906년 홍주의병을 진압하면서 발생한 포로 문제로 인해 한국 사법권을 획득하고 행사할 필요성을 인식하였고 일제에 장악당한 재판소는 의병 피검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주로 「형법대전」 제593조 강도죄, 제195조 내란죄, 제677조 폭동죄를 적용하였다. 의병은 내란죄보다 강도죄, 폭동죄 같은 일반범죄로 처벌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시기적으로는 1907년 7월을 기점으로 이후로 갈수록 내란죄에 비해 강도죄의 비율이 증가했다. 지역적으로는 서울에서 가까울수록 내란죄 비율이 높았고 지방으로 갈수록 내란보다는 강도나 폭동으로 처벌받는 경우가 많았다. 의병이 내란죄로 기소되면 원칙상 사형에 처해지게 되지만, 여러 감경 조항에 의해 실제로 유배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강도죄는 재물을 득하면 사형에 처해야 했으나 이 역시 여러 사유에 의해 감경되는 사례가 많았다. 여기에는 의병의 적극성, 주도성 여부가 크게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병에 대한 강경 진압 방침으로 입장을 선회한 1908년 5월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형량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입장에서 의병 항쟁을 정치적 목적이 없는 일반범죄로 취급되어야 했다. 이는 13도 창의군이 거병하면서 의병을 국제법상 교전단체로 인정해 줄 것을 각국 공사관에 요청하고 항쟁을 이어간 것과 관련 있다. 의병이 국제법상 교전단체가 될 경우 의병은 국내법이 아닌 국제법상 포로 대우를 받아야하고 의병 토벌도 국제법상 교전 수칙을 지켜가며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인식한 이토 히로부미는 1907년 6월 의병의 활동을 내란이 아닌 폭도들의 소요로 규정했고, 이후 의병 판결에서 내란에 의한 국사범이 아닌 강도죄 등으로 인한 상사범으로 처벌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후 비슷한 시기 「형법대전」 개정에서 폭동죄가 추가되고 징역형을 집행하기 위한 감옥사무관련 법규가 신설된다는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일제는 형사재판권을 통해 의병을 정치성이 없는 일반범죄화하여 한국은 정치적으로 혼란하지 않은 평온한 상태임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자 했다. 그 결과 의병을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國事犯’이 아닌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常事犯’으로 취급한 것이다. 즉, 의병 항쟁의 의미를 국가적 법익이 아닌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사건으로 의미를 축소시키려 하였다. 이를 통해 탄압의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또한 상사범 취급을 하면서도 사형의 비중은 12% 이상이었고, 형량이 가장 강한 강도율을 적용하여 내란죄 이상의 형량을 유지하였다. 일제는 외형적으로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란에 관련 사건이라도 증거가 부족하면 무죄를 선고하기도 하는 등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절차상 심급제를 지켜면서도 상고심에서 50% 이상의 사형 판결을 하는 등 강력한 처벌을 했다. 이처럼 일제는 한국을 강점하는 과정에서 형벌권을 통해 자신에게 반하는 세력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키워드

통감부, 의병, 내란죄, 국사범, 상사범, 형법대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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