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박은식의 초기 전적 중 하나로 1904년 발간된 『學規新論』에는, 『논어』를 중심으로 한 다수의 유교 경전 지문이 조선의 전통 성리학과는 달리 재해석되어 서구 학문의 수용의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 책은 현존하는 그의 전적들 중에서 『王陽明先生實記』(1910)와 더불어 그의 경학관을 볼 수 있는 극소수의 전적 중 하나이자 그의 초기 경학관 및 유교관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그의 양명학에 포커스가 맞춰진 기존 연구들을 보완하는 학술적 가치가 있다. 나아가 그가 개혁적 유교지식인이라는 점에서 당시 그들의 경학관을 구체화하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본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학규신론』의 경전 해석 중 조선의 전통 성리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는 『論語』의 네 구절에 대한 그의 해석을 朱子, 丁若鏞 등의 경학과 비교해 보는 방식으로 그의 초기 경학관을 추론․정리해 보고자 하였다. 『학규신론』의 이 네 구절은 (1)爲周南召南․(2)聖人多能․(3)道齊以政刑․(4)學優則仕, 仕優則學 들로 각각 (1) 천성에 따른 유아 교육의 필요성, (2) 서구의 다양한 학문의 수용, (3) 서구에 반대하는 위정척사파에 대한 강력한 통제, (4) 유교를 근저로 한 신학문의 수용 등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이 해석들은 정약용 경학과 연결되는데, 이는 ‘그가 젊었을 때 정약용의 후학들과 교류한 적이 있다.’는 기록과도 일치한다. 또한 이는 박은식처럼 개혁적 유교지식인 중 일부는 조선의 자생적 근대 사유인 실학을 서구 학문을 인식의 한 방법으로 보았음을 확인하는 실증적 성과이기도 하다. 한편 『학규신론』이 도입전개부에서는 서구 수용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면서도, 후반부로 갈수록 국가와 사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 도덕 기반으로써 전통 유교의 가치 역시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이 후반의 사고는 한일강제합병(1910)이후 발간된 『韓國痛史』(1915)의 國魂論에서도 반복된다. 즉 그에게 유교는 국가와 사회를 공명정대하게 만드는 도덕적 단초이자, 한일강제합병이후 독립운동의 사상적 기반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다양한 사회적 병폐가 발생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한국적 가치와 미래 이상의 합리적 융합이라는 그의 근대적 사유는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하겠다.

키워드

박은식, 학규신론, 겸곡문고, 정약용, 논어고금주, 이토진사이, 오규소라이, 한국 근대 유교

참고문헌(17)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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