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논문은 현대영화의 주요한 형식적 특징인 ‘파편화’가 영화적 이야기 세계를 어떻게 변형시켜 나가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파편화는 기성의 전체성을 전제한 개념이다. 그리고 영화에서의 전체란 보통 연속적인 시공간과 인과적인 사건 전개로 이루어지는 이야기 세계를 의미한다. 파편화는 이러한 전체로서의 이야기 세계를 해체한다. 그리고 해체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 세계를 구성한다. 따라서 파편화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해체와 구성에 대해 이야기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본 논문은 현대영화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파편화 형식이 어떻게 이야기 세계를 해체하고 새롭게 재구성하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우선 여러 사상가들의 파편에 대한 사유를 살펴볼 것인데, 여기에서 우리는 파편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를 만나게 될 것이다. 파편에 대한 일반적 논의에 이어 본격적인 사례 연구가 시작될 터인데, 그 대상이 된 영화들은 페드로 코스타의 <뼈>, 장-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 그리고 요한 반 데르 퀘켄의 <침묵의 순간> 이다. 이 영화들의 파편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체와 재구성을 수행한다. 그러나 작가 각각이 추구하는 영화철학의 차이에 따라서 그들의 파편화 스타일은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코스타의 파편화는 현실의 파편들을 집적함으로 해서 느슨하지만 진실한 하나의 이야기 세계를 제시한다. 이에 비해 고다르의 파편화는 총체적인 파편화 실험을 통해 다중의 이야기 세계를 만들어 내고, 영화의 메타언어로서의 가능성을 한없이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반 데르 퀘켄은 현실에서 경험하는 감각적 파편을 자유롭게 콜라주함으로써 영화적 이야기 세계의 소멸을 감행한다. 현대영화의 파편화는 서사중심의 고전적 재현체계가 추구했던 하나의 명확한 이야기 세계를 거부한다. 현대영화의 파편화가 이처럼 이야기 세계를 변형시키는 이유는 명확한 이야기 세계가 제약하고 있는 영화적 가치들이 존재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코스타가 추구한 리스본 변두리의 빈민촌의 진실, 혹은 고다르가 추구한 영화의 메타언어화, 또는 반 데르 퀘켄이 추구한 감각으로서의 현실 등은 하나의 명확한 이야기 세계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영화적 가치들이다. 요컨대 현대영화의 파편화는 이야기 너머를 추구하는 작가들의 형식적 귀결인 셈이다. 따라서 현대영화의 파편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영화작가가 추구하는 이야기 너머의 영화적 가치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키워드

파편화, 서사적 효과, 페드로 코스타, 장-뤽 고다르, 요한 반 데르 퀘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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