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2000년대 들어설 무렵부터, 무대에 남성들의 (벗은) 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성주의의 감시와 법적 검열을 피해 여성의 (벗은) 몸을 대체한다는 의도도있겠지만 몸과 쾌락의 시대, 소비 자본주의 시대가 오면서 남자들도 몸을 가꾸고 스스로의 미에 도취하기 시작했으며 그런 남성들을 즐길 만큼 여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도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성의 몸은 여성의 쾌락적 시선의 대상이 된 것인가? 만일 그 대상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몸의 연극의 시대에 그들이 무대에서 과시하는 남성적 몸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해체의 시대에 무대 위 남성의 몸을 보는 시각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 본 논문은 이런 문제들에 접근하기 위해 로라 멀비(Laura Mulvey)의 「시각적쾌락과 내러티브 영화(visual pleasure and narrative cinema), 1975」를 출발점으로삼는다. 영화에 있어 여성주의적 관점과 재현미학의 문제를 정신분석에 의거호해 다룬 그 글은 영화 속의 여성의 몸은 남성적 시선에 의해 시각적 쾌락의 대상물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멀비의 이론을 무대 위의 남성의 몸에 대입할 때 재현, 현존, 해체라는 세 가지 연극미학적 범주 속에서 그것은 어떻게 적용되고 변용되며 이탈하는가? 1. 재현멀비에 의하면 영화를 보는 남성관객의 시각적 쾌락을 지지해주는 프로이트식의 내러티브는 1) 여성을 평가절하, 처벌, 용서, 구원 하는 등의 극적 사건을통해 그녀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관음주의적이며 새디즘적 방법이고, 2) 여성이라는 육체적 대상 자체에 에로틱한 본능을 집중시키는 물신적 시각쾌락증(fetish sochopophilia)이다. 원래 남성 중심적인 프로이트적 내러티브에 여성 대신 남성을 전치할 수 없으므로, 남성을 대상화할 수 있는 재현의 내러티브는 시대의변화를 빠르게 수용하는 광의의 멜로드라마라는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다. 2. 현존여성의 시선의 대상이 되는 연극이나 영화 속 남성의 몸은 여성과 달리 한가지 의미를 더 지닌다. 1) 여성의 쾌락적 시선의 대상으로서의 수동적 대상이기도 하지만, 2) 남성적 아름다움은 근육의 단련이나 힘의 과시, 자기도취, 나아가 권력의 쟁취와도 연계되기 때문에 양상이 복잡하다. 이런 문제는 멜로드라마보다 포스트모던한 폭력영화나 남성적 에너지를 과시하는 몸의 연극에서잘 드러나는데 남성의 벗은 몸은 흔히 내러티브를 넘어서서 몸과 힘과 에너지의 폭발적 과시로 관객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들은 단편화와 공허한에너지로 대변되는 포스트모던 미학의 일반적 특성과도 합치하며 이 경우 남성의 몸은 연기적 주체의 관점에서 또한 관객의 시선이라는 관점에서 분열적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3. 해체역사․문화적으로 자아도취, 자유, 해방감, 공격성 등, 뿌리 깊은 자기동일성과 자아의식에 기초한 남성의 몸도 타자와의 진정한 교류, 공감, 관객의 입장에서의 다양한 해석과 수용을 허용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호기심이나 쾌락적 대상에서 벗어나기, 극사실주의에 의해 섹슈얼리티로부터 해방되기, 불분명한성정체성의 시선의 대상이 되기, 유머를 포함한 다양한 의미의 장을 통해 섹슈얼리티를 새롭게 텍스트화하기 등을 통해 현재 남성 몸은 해체적 관점을 향해다각도로 열려있다.

키워드

남성의 몸, 여성의 시각적 쾌락, 로라 멀비, 재현, 현존, 해체, 꽃미남

참고문헌(27)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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